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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심문도중 ‘실수’로 사망 결론지을 듯…“책임전가” 논란

사우디, 심문도중 ‘실수’로 사망 결론지을 듯…“책임전가” 논란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0-16 11:14
업데이트 2018-10-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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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 美언론 일제 보도…“왕세자가 심문 승인했으나 정보기관원이 잘못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실종된 자국 언론인이 심문 도중 실수로 숨졌다고 인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실권자인 왕세자를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2015년 2월 바레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간 뒤 실종됐다. 이스탄불 AP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은 15일(현지시간) 2주일 넘게 실종 상태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심문을 받다가 잘못돼서 사망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사우디 정부가 준비 중이라고 두 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작전이 승인 없이 이뤄졌으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소식통은 보고서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우디 정부가 자국 정보원이 심문 도중 카슈끄지를 실수로 살해했다고 인정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의 이런 구상은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정보기관 당국자의 책임으로 돌려 ‘왕실 배후설’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왕실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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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정보기관의 한 관리가 카슈끄지를 살해했으며, 이 관리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친구인 것은 우연이라는 식의 ‘시나리오’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WP에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심문 또는 사우디로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했다”면서 “그 사우디 정보당국 관리는 비밀 작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했으나 불행히도 무능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이 정보기관 관리에게 ‘엉망진창으로 실패한 작전’의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왕세자를 보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같은 사우디 정부의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20여분 동안 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 “어쩌면 그(사우디 국왕)가 진짜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길 원하진 않지만 어쩌면 (범인이) 불한당 살인자들(rogue killers)일 수도 있는 것처럼 들렸다”면서 “나에게는 그와 왕세자가 모르는 것처럼 들렸다”라고 말했다.

또 사우드 정부의 ‘살해 인정’ 계획에 관한 보도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에 대해 들어봤지만 그것이 공식 보고서일지 누가 알겠느냐”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사우디의 첩보원이 정부에 알리지 않고 비밀 작전을 펼쳤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그러나 만약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살해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미 의회와 다른 나라들이 ‘대응에 나서라’는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WP는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로 급파해 사태 수습에 박차를 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6일 사우디 방문을 마친 뒤 사건이 발생한 터키로 이동한다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밝혔다.

사우디 왕실의 비판자로 유명한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한 전후로 사라져 살해된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미국에 거주하던 카슈끄지는 결혼을 위한 서류를 발급받으려고 총영사관을 찾았다.

수사에 나선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내에서 사우디 첩보원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이를 뒷받침할 음성 및 영상 증거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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