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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없는 보고서’ 작성한 행정처 심의관… 피해자? 피의자?

‘의무없는 보고서’ 작성한 행정처 심의관… 피해자? 피의자?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8-11-15 22:22
업데이트 2018-11-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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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재판 시나리오·보고서 작성 의혹
검찰, 일부 현직 판사들 피의자로 입건


문건만 작성땐 직권남용 공범 해당안돼
재판부 전달은 업무분담…피의자 신분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재판 개입 등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행정처 심의관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에서는 피의자도 피해자도 아니지만, 다른 혐의가 추가되면 피의자로 기소될 수도 있다.

15일 임 전 차장 공소장 등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이 기소된 8개 죄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다. 직권남용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다. 임 전 차장의 혐의 대부분은 행정처 기획조정실·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윤리감사관실 심의관에게 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다.

심의관들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위안부 손해배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고처분, 국정원 대선개입 등 18개에 달하는 재판의 검토 시나리오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직권남용이 보호하는 법익은 국가인만큼 국가가 피해자다. 심의관들은 검찰에서 ´임 전 차장이 시켜서 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직권남용의 피해자가 될 수는 없다.

검찰은 심의관이었던 일부 판사들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한 뒤 8월부터 전직 심의관인 현직 판사들을 가장 먼저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임 전 차장의 기획조정실장 시절 함께 일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단순히 문건만 작성했다면 직권남용의 공범이 되기는 어렵다”며 “수사를 하다 보면 공무상비밀누설이나 다른 혐의가 발견될 수 있는데, 그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는 직권남용의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단순히 문건을 작성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재판부에 전달하거나, 판사 동향을 파악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에 개입하려 했던 경우 등과 관련해서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단순히 문건을 작성한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하거나 전달했다면 업무를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 행위가 재판장 등 업무 관련자의 권리행사를 침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8-11-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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