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단독] 시범 운영 카카오 카풀로 승객 태워보니

[단독] 시범 운영 카카오 카풀로 승객 태워보니

김민석 기자
김민석 기자
입력 2018-12-13 22:18
업데이트 2018-12-14 11: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현장 블로그] 종로 1초 만에 배차 ‘콜 잡기 전쟁’…승객은 택시 못 타는 불편 사라져

운전자 등록 서류 제출 후 일주일 걸려
승객·공유경제·택시 공존의 길 찾아야
17일로 예정됐던 카풀 앱 서비스 연기
이미지 확대
지난 10일 오후 6시 35분쯤 카카오 카풀 크루(운전자) 앱을 통해 들어온 승차 요청 목록. 이날 한 시간 동안 12개의 요청이 들어왔고 전부 수초 내에 배차가 끝났다.
지난 10일 오후 6시 35분쯤 카카오 카풀 크루(운전자) 앱을 통해 들어온 승차 요청 목록. 이날 한 시간 동안 12개의 요청이 들어왔고 전부 수초 내에 배차가 끝났다.
지난 12일 밤 10시 50분쯤 서울 신촌역 인근에서 카카오 카풀 앱으로 탑승을 요청한 승객은 한쪽 발을 다쳤는지 목발을 짚고 있었다. 연세대 앞에서 ‘콜’(탑승요청)을 잡아 유턴을 하고 이대입구역을 지나 탑승지점에 도착하기까지 10분 가까이 걸렸지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승객은 불평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런 연말 밤에 성산동 집까지 가려는 택시는 전혀 없다”면서 “택시앱으로는 블랙(고급택시)를 포함해 무슨 수를 써도 잡히지 않아서 카풀을 불러 봤다”고 말했다. ‘카풀 크루(운전자)’가 처음이라 서툰 기자의 차가 불편했을 텐데도, 그는 내리면서 “덕분에 추운데 따뜻하게 잘 왔다”고 인사를 했다. 카카오 카풀 크루 앱에서 ‘도착 확인’을 누르자, 계정에 3600포인트가 들어왔다.

지난 7일 시범운영을 시작한 카카오 카풀 앱에 운전자로 등록해 지난 10일부터 써 봤다. 앞서 지난 10월 카카오 카풀 크루 앱을 설치한 뒤 차량등록증, 보험증서, 운전면허증, 차량 사진 등을 제출하고 약 일주일을 기다린 끝에 등록이 됐다.

시범운영이 시작되고 첫 번째 근무일인 지난 10일 퇴근 시간부터 탑승 요청을 받아 봤다. 하지만 콜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운전자가 많았다. 종로~종로 구간처럼 퇴근길 승차 공유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탑승도 올라오는 족족 배차가 돼 사라졌다. 콜을 잡으려 해도 1초 만에 배차가 돼서 놓치기도 했다. 시범 운영 중이라 승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수가 제한된 상황이지만 자신의 차량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차주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체감했다.

카풀 앱 정식 서비스를 당초 17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카카오는 13일 이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최근 택시기사 분신 사망으로 여론이 다시 술렁이며, 공식 운영을 강행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무기한 연기는 아니며, 공식 출시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승차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공유경제’가 한국에서만 언제까지고 가로막혀 있진 못할 것 같다. 기술과 환경의식 등 모든 가치관이 공유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승객들은 택시의 안타까운 사정을 공감하면서도 더이상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의견이 많았다. 오죽하면 택시기사들이 목숨까지 던져 가며 반대할까. 택시기사들은 카풀 앱이 아니더라도 사납금제 등으로 팍팍한 삶을 살아온 그들이다. 규제 철폐만을 외치며 혁신을 받아들이더라도, 정부는 기존 택시 업종 종사자들이 새로운 시대에 연착륙할 방안은 만들어 놔야 한다.

정보기술(IT)업계 조사에 따르면 택시회사에 유휴 차량이 많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이나 늦은 밤 모자란 것은 차가 아니라 기사라는 것이다. 공유 앱이 등장해도 ‘운전’이라는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을 거라는 믿음이 형성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본다. 지금은 ‘성장통’의 시기다. 승객과 승차공유 앱, 택시가 공존하는 길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글 사진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8-12-14 2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