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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내 이름과 주소가 구글지도에 떡하니…日정보공개 파문

파산한 내 이름과 주소가 구글지도에 떡하니…日정보공개 파문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3-24 16:57
업데이트 2019-03-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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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모아 지도상에 표시한 인터넷 서비스가 개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파산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생긴 지 4개월 만에 사라졌지만, 개인정보에 대한 정부 공표의 타당성에 대한 물음과 함께 일부에서 이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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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자들에 대한 정보를 지도로 알려주는 ‘파산자 맵’ 서비스 화면
파산자들에 대한 정보를 지도로 알려주는 ‘파산자 맵’ 서비스 화면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파산자 관련 정보를 지도로 알려주는 ‘파산자 맵’ 사이트에 대해 폐쇄를 명하는 행정지도를 최근 내렸다. 개인정보보호위는 이 서비스가 “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되며, 개인정보를 취득할 경우에는 이용 목적을 본인에게 통지 및 공표해야 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파산자 맵은 개인정보보호위 조치와 파산자들의 강력한 반발 등에 못이겨 지난 19일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2일 개설된 이 사이트는 최근 10년 동안 일본 정부 발행 관보에 게재돼 온 파산자들의 이름과 주소 등을 구글지도 위에 표시하고 있었다. 운영자는 사이트를 폐쇄하면서 트위터에 “많은 분들에게 폐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파산자 맵 서비스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터에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평소 생각을 현실에 옮긴 것”이라고 아사히에 답했다. 이미 정부에서 공표한 내용을 취합해 시각적으로 구현할 것일뿐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미다. 그는 또 “사이트에 광고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목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일본 관보는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발행되며 공립도서관 등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관보에는 법원으로부터 파산절차가 시작된 것을 채권자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채무자의 이름과 주소가 기재돼 있다.

파산자 맵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SNS 등에는 “사생활 침해”, “차별과 편견 조장” 등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는 동안 사이트 운영자 측에는 지도에서 자신의 정보를 지워달라는 파산자들의 요청이 1000건 이상 들어왔다. 그러나 운영자는 한술 더 떠 “삭제를 원할 경우 자신이 파산에 이른 이유나 파산 이후의 생활에 대해 200자 이상 설명을 하라”고 요구해 더욱 분노를 유발했다.

서비스는 중단됐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많은 변호사들은 “이런 사이트가 운영되면 정작 파산을 통한 법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파산 전문 변호사는 아사히에 “이 사이트가 등장한 이후 집 밖에 나갈 수가 없다는 파산자들의 호소를 100건 이상 접수했다”며 “파산한 사람들 중에는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도 많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런 사이트가 다시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산법 전문가인 야마모토 가즈히코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지금, 정부가 파산자에 대한 공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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