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에게 미안함으로… ‘괴물’ 발표 후회 안 해”

입력 : ㅣ 수정 : 2019-06-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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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새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출판사가 부담 느껴 1인 회사 세워 출간”
최영미 시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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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미 시인.
연합뉴스

고은(86)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며 ‘문단 미투’를 촉발한 최영미(58)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 시인의 6번째 시집인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미출판사)이다. 출판사는 그가 직접 세운 1인 회사다.

25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최 시인은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출판사에 연락을 했는데 ‘출판사가 곤란해한다’, ‘지금 싸우고 있는 원로 시인과 출판사가 친분이 두텁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문학 전문 출판사라는 곳조차 내 시집을 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구나 싶었다”며 출판사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시집에는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돼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고발한 시 ‘괴물’이 실렸다. 미투 폭로 후 시인이 겪은 심적 어려움, 미투 가해자를 향한 증오와 투쟁 의지 등도 담았다. 문단 술자리에서의 성폭력을 고발한 시 ‘등단 소감’은 1992년 계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할 당시 썼지만 시집엔 처음 실었다. 시인은 “당시 작가회의 행사 등에서는 가만히 서 있으면 엉덩이를 만지고, 술자리에서 무수한 성희롱 언어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현재 최 시인은 고 시인과 송사를 진행 중이다. 고 시인은 지난 2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무혐의를 주장하며 곧바로 항소해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괴물’을 발표한 건 후회하지 않습니다. 시를 쓸 때 젊은 여성들과 문단에 미안하더라고요. 그해 가을에 이미 문단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는데, ‘내가 너무 늦게 쓴다’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모두 ‘그의 사람들’인데, 여기까지 온 건 순전히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덕분이라고, 시인은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6-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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