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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질병 확산의 위험성…숫자보다 이미지로 알려라

돼지 질병 확산의 위험성…숫자보다 이미지로 알려라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9-06-26 17:40
업데이트 2019-06-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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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진, 비디오 게임 이용한 가축 전염병 예측 기술 개발

돼지 유행성 설사바이러스 방어 게임
‘이익 우선 vs 위험 최소화’ 상황별 선택


이동 줄이고 방역 매뉴얼 따라야 효과
화살표 등 시각적 기호, 위험 인식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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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미주 지역은 ‘돼지 유행성 설사바이러스’ 때문에 양돈 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픽사베이 제공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미주 지역은 ‘돼지 유행성 설사바이러스’ 때문에 양돈 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픽사베이 제공
#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양돈 산업이 사실상 붕괴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베트남, 라오스를 비롯해 북한까지 번져 있다. 언제 우리나라로 넘어올지 몰라 정부는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지난 5월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사용 장애’가 만장일치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인 ‘ICD-11’에 추가됐다. 스스로 게임 행위를 통제할 수 없고 일상의 다른 활동이 게임 때문에 지장받는 등 문제들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질병으로 구분한다고 하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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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참가자는 위험 정도가 수치로 표시된 것(왼쪽)보다 그래픽으로 표시됐을 때(오른쪽) 방역 지침을 준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 버몬트대 사회생태학 및 시뮬레이션실험실 제공
게임 참가자는 위험 정도가 수치로 표시된 것(왼쪽)보다 그래픽으로 표시됐을 때(오른쪽) 방역 지침을 준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
버몬트대 사회생태학 및 시뮬레이션실험실 제공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비디오 게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둘이 만났다. 미국 연구진이 비디오 게임을 이용해 가축 전염병 발생과 확산 정도를 예측·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미국 버몬트대 식물토양과학과, 버몬트 복잡계센터, 지역발전·응용경제학과, 식품시스템학과, 수학·통계학과, 동물·수의과학과 공동연구팀은 사람들의 위험 인식과 태도가 가축 전염병 확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시뮬레이션해 질병 예방과 통제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을 개발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가축 감염병 발생과 확산을 예측할 때 인간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까지 결합시킨 첫 번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수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수의과학의 최전선’(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 25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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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몬트대 연구팀 스콧 메릴(오른쪽) 교수가 연구팀과 가축 전염병 확산 관련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버몬트대 제공
미국 버몬트대 연구팀 스콧 메릴(오른쪽) 교수가 연구팀과 가축 전염병 확산 관련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버몬트대 제공
연구팀은 아프리카 돼지열병만큼이나 양돈농가에 치명적인 ‘돼지 유행성 설사바이러스’(PEDv)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미국에서는 PEDv가 2013년 처음 발생, 33개주(州)로 확산돼 1년 만에 미국 전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의 10%에 해당하는 7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연구팀은 비디오 게임 참가자들에게 7가지 서로 다른 위험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게임은 상황마다 이익을 우선할 것인지 위험을 최소화할 것인지 선택하면서 진행되는 롤플레잉 게임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게임 분석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전염병 발생 직후 가축은 물론 사람의 이동을 자제하는 등 위험 최소화 행동을 선택하는 농가가 10% 늘 때마다 PEDv 발병률은 19%씩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또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의 방역 메뉴얼을 충실히 따르는 농가가 최소한 37.5%는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게임자들에게 가축 전염병 확산 정도나 현재 상황을 단순히 숫자로 제시하는 것보다는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위험 인식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현재 가축 전염병 확산 정도가 ‘5%’라고 알려주는 것보다는 화살표로 ‘낮은 위험’이라고 보여주는 것이 위험을 더 잘 인식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콧 메릴 버몬트대 생태학 교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나 PEDv 등 가축 전염병은 농축산업의 국제화로 인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확산될 위험이 크다”며 “차단 방역 같은 생물보안은 농가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방역당국이 위험성과 확산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06-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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