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주방송 호반 보도, 인수된 뒤 ‘12배’…건설자본의 ‘언론 사유화’ 우려 현실로

입력 : ㅣ 수정 : 2019-08-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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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건축뉴스 등에 ‘끼워팔기’ 횡행
김상열 회장 홍보 많아… 비판은 ‘全無’
인허가 막히면 비판기사로 방패 의혹도
KBC, 공공택지 33차례 이례적 응찰
지역언론 “시행사냐 언론사냐” 비아냥


광주방송(KBC)이 호반건설에 인수된 후 KBC에서 호반건설 관련 보도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 자본에 의한 ‘언론 사유화’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KBC 시청자들은 원치 않아도 호반건설 관련 보도를 접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건설사의 언론사 인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 대주주의 적격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만한 방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5일 서울신문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분석한 결과, KBC의 호반건설 관련 보도는 인수 시점(2011년 10월)을 전후로 확연히 갈렸다. 인수 전후 2년씩 비교하면 2010~2011년 2건(1건은 인수 이후)에서 2012~2013년 11건으로 사실상 12배 늘었다. 이어 지난해까지는 35건으로 증가했고, 부동산 및 건축 분야 뉴스에서 모기업인 호반건설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모두 74건에 이른다. 인수 후 비판적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영학술대회 성황…김상열 회장 등 3명 기업인상’, ‘호반건설 1200만원 상당 쌀 기부’, ‘호반장학재단 장학금 전달’, ‘김상열, 용봉 경영자 대상 수상’, ‘호반베르디움 국무총리 표창’ 등의 제목으로 호반건설그룹 김상열(58) 회장이나 호반건설 계열사 홍보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부동산·건축 분야 관련 보도에서도 ‘광주 민간공원 2단계 사업’, ‘어등산 개발사업’ 등 호반건설 참여 사업과 관련된 내용이 두드러졌다. 특히 광주 호반써밋플레이스 건축 인허가가 지연되던 시기인 2015년 9~10월에는 2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저녁 메인뉴스에서 광주시의 건축 행정 비판보도를 10건이나 내보내 사익(私益)을 위해 언론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C 측은 “대주주와 경영이 분리돼 있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도 받게 된다”면서 “호반건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다른 언론사들도 전보다 호반건설 관련 기사가 더 나갔을 것이다. 광주방송은 대주주라는 이유로 호반건설그룹에 우호적인 기사를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김 회장은 KBC의 등기이사 겸 대표이사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KBC는 언론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도시·공공택지 아파트 용지 입찰에도 33차례나 응찰했다. 그룹의 ‘벌떼 입찰’ 전략에 언론사인 KBC까지 ‘차출’된 것이다. 실제 KBC는 33차례 응찰에서 유일하게 낙찰받은 대구테크노폴리스 A15 블록을 곧바로 호반건설이 대주주인 호반엔지니어링에 매각했고, 호반 측은 이 땅에서 아파트 770가구를 분양해 1481억원의 분양 매출과 271억원의 분양수익을 거뒀다. KBC가 직접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모기업에 넘겨준 것으로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거래다. 지역 언론계에서는 “언론사인지 시행사인지 헷갈린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박상인(서울대 교수)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자본과 권력의 독단과 전횡을 감시하는 언론의 경우 공공성이 더 중요한데도 대주주 검증 절차가 부족하다”면서 “편집인·발행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대주주를 검증하는 동시에 모기업이 언론계열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은 추가적인 공시를 하도록 견제 장치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2019-0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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