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평양행 선 그은 트럼프 ‘기싸움’

입력 : ㅣ 수정 : 2019-09-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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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서로 왜 자국 수도로 초청하나
섣부른 3차 평양회담 결렬 땐 재선에 불리
홈 이점 이용 상대 양보 얻어낼 수도 있어
회담 장소 제3국으로 타협할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평양 방문설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언젠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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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 전용헬기인 마린원에 탑승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평양 방문설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언젠가 그렇게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대를 자신들의 수도로 초청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여지를 두면서도 평양 방문에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70년간 적대했던 상대방 정상을 자국으로 불러들일 경우 자신은 국내외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정상회담이 실패했을 경우의 정치적 부담은 상대에게 더 많이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함께 정상회담 장소 협의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기꺼이 갈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마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나는 나중 어느 시점에 그것(평양 방문)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나는 그(김 위원장) 역시 대단히 미국에 오고 싶어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추후 자신의 평양 방문 및 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가능성은 열어 뒀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서로 상대방을 평양과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그만큼 상대방이 먼저 방문해 주는 걸 유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평양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할 정도다. 두 정상의 신중함에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도 무게를 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이 실무협상에서 확실히 이견 차를 좁히고 합의에 이르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섣불리 평양에 갔다가 하노이 회담처럼 결렬될 경우 김 위원장의 체제 선전에 이용만 당했다는 국내외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자신의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 위원장도 66시간 열차 여행을 감수해 하노이를 방문했지만 회담이 결렬되면서 정치적 권위에 타격을 입었는데, 하노이 방문보다 더 위험이 큰 워싱턴 방문을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실무협상에서 성과가 없더라도 상대방을 불러들인다면 홈그라운드에서 상대를 압박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결국 두 정상이 큰 위험을 감수할 만한 성과가 기대되지 않을 경우 3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는 제3국으로 타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나 미국 일방이 상대방의 요구를 다 수용한다면 상대방은 양보 차원에서 워싱턴이나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북미가 합의를 단계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고 3차 정상회담에서 서로 내주고 받아야 하는 일차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면 회담 장소는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무난한 제3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9-09-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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