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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되게 때려도 보호처분…‘촉법소년법’ 이대로 놔둘 건가요

피투성이 되게 때려도 보호처분…‘촉법소년법’ 이대로 놔둘 건가요

홍인기 기자
홍인기, 이하영 기자
입력 2019-09-24 17:58
업데이트 2019-09-2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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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년생 노래방 폭행사건’에 국민 공분

처벌 촉구 靑청원 하루 새 20만명 넘어
가해자 모두 촉법소년… 형사처벌 면제
“50년전 처벌 기준… 연령 낮춰야” 지적
“선도 시스템부터 재정비해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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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들이 초등학교 여학생 한 명을 집단 구타하는 이른바 ‘06년생 노래방 폭행 사건’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는 촉법소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4일 ‘06년생 노래방 폭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선인 동의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기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촬영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온라인에 퍼지며 알려졌다. 지난 21일 촬영된 영상에는 노래방에서 코피를 흘리는 등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괴롭힘을 당하는 A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폭행 중에도 한 남학생은 노래를 계속 부르기도 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가해자인 여중생 7명을 폭행 혐의로 전원 검거해 소년분류심사원에 신병을 인계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 청소년을 위탁받아 수용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가해 여중생 7명은 만 10~13세로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보고 형벌 대신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만 14~18세의 미성년자는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보호처분 대상이지만,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잔인한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론이 제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14~18세 범죄자는 2016년 7만 6356명, 2017년 7만 2752명, 2018년 6만 6259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0~13세 범죄자는 같은 기간 6576명에서 736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살인·강도·강간추행·방화 등 강력범은 만 14~18세는 2418명에서 2272명으로 줄어든 반면 만 10~13세는 434명에서 450명으로 늘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0년 전 만들어진 기준인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2월 ‘제1차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은 소년 범죄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강신업 변호사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추진은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학교와 기성세대 등 사회 공동체가 미성년자들을 훈육하고 선도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소년법뿐 아니라 선거 연령 등 관련 사회 제도들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상담 치료와 같은 프로그램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 없이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9-09-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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