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음에 책임 없다는 의사 말에 소송 결심”

입력 : ㅣ 수정 : 2019-11-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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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권대희 어머니 이나금씨
민사소송 승소하니 병원장 용서 구해
억울한 의료사고 막을 ‘권대희법’ 절실
故 권대희 어머니 이나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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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권대희 어머니 이나금씨

“제 아이와 같은 의료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수술실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야 합니까.”

2016년 대학생 권대희씨가 수술을 받다 의료진의 방치 속에서 과다 출혈로 사망한 일명 ‘권대희 사건’은 어머니 이나금(59)씨의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수술실 CCTV를 구해 500여 차례나 돌려보고 직접 시간대별 표를 그렸다. 이씨는 그렇게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지난 5월 일부 승소했다. 또 최근 사건 당시 수술을 집도한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이씨는 그러나 14일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아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던 이씨는 “진실이 왜곡돼선 안 된다는 목표를 가지고 소송에 임했다”면서 “대희는 억울하게 죽었지만 두 번 다시 자신처럼 죽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늘에서 도와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소송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세 차례나 찾아갔으나 사과는커녕 “우린 책임이 없다”는 원장에게 모멸감을 느껴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씨는 “의료사고에서 증거가 없으면 백전백패이기 때문에 모든 대화를 녹음해 녹취록을 만들고 CCTV 영상도 꼼꼼하게 분석했다”고 돌이켰다.

재판 과정에서도 병원 측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씨는 “민사소송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의료진이 재판부에 ‘위험을 알고 수술에 임한 환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참고 서면을 넣었다”고 했다. 이씨 손을 들어 준 민사소송 1심이 마무리되고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후회한다. 용서해 달라’는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청구된 장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사안은 중하나 수사 진행 경과, 수집된 증거자료, 민사사건 결과 및 그에 따른 피의자의 조치를 고려하면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구속수사의 필요성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장 기각 소식을 들은 이씨는 다소 실망스럽다면서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지금도 의료사고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지만 증거가 없는 피해자들은 소송을 결심하기 쉽지 않다”면서 “의료진이 기소되면 공소장을 들고 보건복지부, 국회 등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9-1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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