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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생리 중 격리’ 21세 여성 사망…강요자 체포에도 악습 여전

네팔 ‘생리 중 격리’ 21세 여성 사망…강요자 체포에도 악습 여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2-07 14:46
업데이트 2019-12-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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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힌두교 풍습 ‘차우파디’에 따라 생리 기간 중 움막에 격리돼 지내는 여성들.  EPA 연합뉴스
네팔의 힌두교 풍습 ‘차우파디’에 따라 생리 기간 중 움막에 격리돼 지내는 여성들.
EPA 연합뉴스
힌두교 ‘생리혈 불결’ 인식 때문에 여성 격리
홀로 낡은 오두막서 불 피우다 질식사 빈번

네팔에서 여성을 생리 기간 중 가족과 격리하는 ‘차우파디’라는 악습 때문에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격리를 강요한 사람이 처음으로 체포됐다.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네팔 서부의 한 오두막에서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격리돼 있던 파르바티 부다 라와트(21)라는 이름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두막은 추위를 피하려고 피운 불로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다.

네팔에서는 여성의 생리혈을 부정하게 여기는 힌두교의 관습에 따라 생리 중인 여성이 종교적 상징물뿐만 아니라 소, 남자,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음식에까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과거 힌두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불교에서도 여성의 월경을 불결하게 생각했다. 일본에서도 생리 중인 여성을 공동 오두막에 격리시키는 풍습이 있었다.

이와 같은 관습은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대체로 사라졌지만 네팔에서는 ‘차우파디’라는 이름으로 생리 중인 여성을 집 밖의 외양간이나 창고, 움막이나 외딴 오두막 등에서 자게 하는 관습이 남아 있었다.

이들이 격리돼 지내는 오두막 등이 대체로 낡고 극도로 좁은 공간이다보니 혼자 오두막에서 지내는 여성이 추위를 이기려고 불을 피웠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지거나 독사에 물려 숨지는 등의 사건이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
네팔의 힌두교 풍습 ‘차우파디’에 따라 생리 기간 중 움막에 격리돼 지내는 여성들.  EPA 연합뉴스
네팔의 힌두교 풍습 ‘차우파디’에 따라 생리 기간 중 움막에 격리돼 지내는 여성들.
EPA 연합뉴스
올해 들어 연기에 질식해 숨진 여성만 해도 4명이다. 2016년에는 15세 소녀가 움막 안에서 불을 피우다가 질식사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생리 중인 여성이 불결하다는 이유로 오두막에 격리해놓고는 정작 혼자 남겨진 여성을 성폭행하는 범죄도 빈번했다.

네팔 사법당국은 2005년 ‘차우파디’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서부 지역 등에서는 여전히 이 관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차우파디’ 관습을 따르라고 강요한 사람에게 최고 징역 3개월이나 3000네팔루피(3만 1000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을 도입했다.
네팔의 힌두교 풍습 ‘차우파디’에 따라 생리 기간 중 움막에 격리돼 지내는 여성들.  로이터 연합뉴스
네팔의 힌두교 풍습 ‘차우파디’에 따라 생리 기간 중 움막에 격리돼 지내는 여성들.
로이터 연합뉴스
파르바티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현지 경찰은 “피해자를 오두막에 머물도록 강요한 혐의로 친족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이는 ‘차우파디’ 강요자에 대한 첫 체포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에는 여성들이 생리 중 격리를 강요하는 가족·친족을 신고하지 않아 형사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라다 푸델 ‘차우파디’ 반대 운동가는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악습을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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