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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코로나19 12명 사망 치사율 25%대, 이탈리아도 네 번째

이란 코로나19 12명 사망 치사율 25%대, 이탈리아도 네 번째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2-24 06:40
업데이트 2020-02-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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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감염된 숨진 사람이 8명에 이른 이란의 경찰관과 여성들이 2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도심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테헤란 AP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된 숨진 사람이 8명에 이른 이란의 경찰관과 여성들이 2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도심에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테헤란 AP 연합뉴스
 정말로 이란의 코로나29 사망자 수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4일 새벽 확진자 43명에 사망자 8명이었는데 오후 들어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에서도 세 번째 희생자가 나와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아사돌라 압바시 이란 의회 의장단 대변인은 이날 현지 언론에 “보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47명,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된다”고 말했다. 이란은 중국을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숨진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 통계가 정확하다면 이란의 코로나19 치사율은 25%나 돼 세계 평균 2%대를 엄청나게 웃돈다.

 지난 19일 중부의 종교도시 곰에서 첫 확진자와 사망자가 동시에 나온 뒤 닷새 만에 12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압바시 대변인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이란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란으로 밀입국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 보건부는 곰에서 사망한 이란인 감염자가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이력이 있다며 그를 최초 감염원으로 추정했다.

 이란 보건부는 이날 코로나19 진단장비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이란에서 쓰는 코로나19 진단장비는 중국에서 생산된 게 아니다”며 “중국 역시 이 진단장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WHO가 컨테이너 4대 분량의 진단장비를 지원했으며 앞으로 계속 이란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이란에서 자체 개발한 진단장비는 임상실험, 관련 부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레바논, 쿠웨이트, 바레인, 캐나다에서 이란에 다녀온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여행 온 이란인 부부가 확진 판정을 받아 이란이 중동에서 ‘코로나19의 진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의 코로나19 희생자가 이렇게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오랜 제재 때문에 의료 장비와 의약품 수입이 제한된 데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탓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중국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난달 31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해 중국인 입국을 상당히 제한하는 선제적 조처를 했다. 그 뒤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전염병 통제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테헤란을 비롯한 20개 주의 각급 학교에 한 주간 휴교령을 내렸다. 전국적으로 영화관, 박물관 문을 닫고 콘서트 공연, 축구 경기도 취소했다.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이 빚어짐에 따라 약국에서 마스크 판매를 금지하고 정부가 지정한 보건소에서만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인접국들은 ‘이란발 감염’을 막으려고 이란과 맞닿은 국경과 항공편을 일시 차단했다. 이라크, 터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아르메니아가 속속 이란으로 통하는 국경 출입국 검문소를 닫았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 성지순례객이 자주 찾는데 이라크, 요르단,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 국적자를 포함해 이란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이란을 여행한 적 있는 자국민은 2주간 격리·관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는 유럽 내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밀라노 도심에 위생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눈에 띄고 있다. 밀라노 AP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이탈리아는 유럽 내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밀라노 도심에 위생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눈에 띄고 있다.
밀라노 AP 연합뉴스
한편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베르가모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84세 남성이 사망했다. 이 남성은 지병 치료를 위해 베르가모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확인돼 이 나라 네 번째 사망자가 됐다.

 중국과 이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사망자가 가장 많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현재 확진자가 217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경제·금융 중심지인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주와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주에 신규 확진자가 집중됐다. 베네치아 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던 베네치아 카니발을 23일 끝내기로 결정했는데 예정을 이틀 앞당긴 것이었다.

지난 18일 개막한 ‘밀라노 패션 위크 2020’도 중국인 취재진과 바이어 등의 참석이 취소된 가운데 이날 예정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의 패션쇼도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진행됐다. 이 도시의 세계 최고 오페라 공연장 가운데 하나인 라 스칼라도 공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밀라노 등 북부지역에서 이날 열릴 예정이던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세 경기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 경기가 취소됐다. 22일 개막하기로 돼 있던 세계 최대 안경 박람회(MIDO) 역시 5월로 연기됐다. 밀라노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선글라스 제조업체 룩소티카(Luxottica)와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Unicredit)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직원들의 출근을 금지시켰다.

인접 국가도 문을 조금씩 닫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를 오가는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가 4시간 만에 다시 열었다. 스위스도 이탈리아 접경 지역의 검역을 강화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경 폐쇄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로마에서 60대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오는 4월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을 오가는 직항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다른 유럽국가를 경유해 육로나 항로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 등은 막지 않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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