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셰일오일 추출 공법 개발 선구자
오일 부지·석유업체 사들인 부채 못 감당국제유가 붕괴 겹쳐 1분기 83억弗 순손실
배럴당 45弗 회복 안 될 땐 셰일업계 도산

벌링턴 AP 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벌링턴의 셰일가스 매장 지역에서 체서피크 에너지사의 근로자들이 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체서피크 에너지는 경영난으로 28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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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체서피크는 2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남부지방 파산법원에 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체서피크는 지난 15일 만기였던 부채의 이자 1350만 달러(약 161억원)를 내지 못했고 다음달 1일 또 다른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와 국제 유가 급락세를 결국 이겨 내지 못했고 수년 전부터 천연가스 가격이 약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WSJ는 지적했다.
체서피크는 이날 부채 70억 달러 탕감, 추가자금 9억 2500만 달러 지원 등 생존 계획을 법원에 제시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의견을 듣고 체서피크의 생존 가능성을 검토한 뒤 파산보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체서피크는 올해 1분기 83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체서피크의 파산보호 신청은 상징성이 크다. 1989년 설립된 체서피크는 ‘프래킹’(셰일 암석을 수압으로 깨트려 천연가스와 석유를 함유한 셰일 오일을 추출하는 공법) 등 셰일가스 개발 기술을 주도해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2005년 엑손 모빌을 잇는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떠올랐다. 그러나 창업주이자 ‘셰일혁명 개척자’로 불리던 오브리 매클렌던이 셰일 유전 지대를 속속 사들이고 부동산 재개발에 나서는 바람에 2013년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컨을 중심으로 한 주주들의 반란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클렌던의 공격적 셰일가스 유전지대 확보는 막대한 부채를 불러 후임 CEO 더그 롤러의 과감한 구조조정에도 역부족이었다. 2018년 과감한 셰일석유 베팅이 실패한 것도 파산을 재촉했다. 이윤이 적은 가스 대신 석유 생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셰일석유 업체들을 인수하고, 대규모 시추에 나섰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국제 유가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올해 마이너스까지 가는 붕괴를 겪었다. 2008년 350억 달러를 넘던 시가총액은 26일 1억 16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WSJ는 “셰일 업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수년간의 저유가로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향후 2년 동안 200개 이상의 업체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가 4월 바닥을 찍은 뒤 오르기는 했지만 셰일석유 업체들의 생존 마지노선인 배럴당 45달러 이상에는 못 미치는 만큼 결국 줄도산을 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존 티로프 무디스 인베스터스서비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셰일오일 붐 동안 쌓였던 막대한 부채로 단기적으로는 셰일업체들의 연쇄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20-06-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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