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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갖춰 입어야 ‘좋은 정치’ 하나요

격식 갖춰 입어야 ‘좋은 정치’ 하나요

신형철 기자
입력 2020-08-06 20:44
업데이트 2020-08-0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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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원피스 논란으로 본 ‘국회 관행’

과거 강금실 꽃분홍색 망토·단병호 점퍼 등
엄숙주의에 도전했지만 반짝 주목에 그쳐
청바지 출근 류호정 “일하는 모습 봐달라”
심상정·김남국 등 “복장이 무슨 상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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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에 반기 든 한국 정치인들
정장에 반기 든 한국 정치인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6일 청바지와 운동화, 정의당의 상징인 노란색 백팩을 메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출근했다.
연합뉴스
“원피스 말고 이제 일하는 모습에 대해 인터뷰를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다.”

국회 본회의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등원하는 것으로 국회의 ‘정장 남성주의’에 균열을 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6일 라디오에 출연해 “언론이 여성 정치인을 소비하는 방식이 원피스였나 그런 생각도 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일 잘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출근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핵폐기물 의제라든지 쿠팡 노동자들 착취 문제, 차등 의결권, 비동의 강간죄 등 굉장히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국회의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일부만 양복을 입고 일을 하는데,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이날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국회에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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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에 반기 든 한국 정치인들
정장에 반기 든 한국 정치인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2003년 12월 23일 커다란 파시미나 숄을 두르고 청와대 국무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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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에 반기 든 한국 정치인들
정장에 반기 든 한국 정치인들 흰 바지를 입은 유시민 전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2003년 4월 29일 재보궐선거 당선 후 국회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엄숙주의를 강요하는 국회 문화에 도전장을 낸 이들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국회 문화를 바꾸지는 못했다. 과거 민주당 이미경 전 의원은 국회에 처음 등원하던 당시 바지 정장을 입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꽃분홍색 망토와 화려한 액세서리로 엄숙주의에 도전했다.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개량한복을 입었고 같은 당 단병호 전 의원은 노동자들의 상징인 감색 점퍼를 입고 국회에 출근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지속적인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에 막혔다.

류 의원과 마찬가지로 90년대생 국회의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 본청 가운데 정문으로는 의원만 다녀야 하는 관행이 있을 정도로 국회는 여전히 위계와 의전이 강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류 의원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의원들이 많아진 점은 고무적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류 의원의 복장을 빌미로 여성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 이들보다는 류 의원에게 연대의 뜻을 보낸 이들이 정파를 떠나 더 넓은 지지를 받는 점도 희망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갑자기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라며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국회의 유령, 꼰대정치가 청년정치를 바닥으로 내리꽂는 칼자루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구두 대신에 운동화 신고 본회의장 가고, 서류가방 대신에 책가방 메고 상임위원회 회의 들어갑니다”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류 의원의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거들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08-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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