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슈픽] 샘 오취리와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선 넘은 건 누구였을까

[이슈픽] 샘 오취리와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선 넘은 건 누구였을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8-08 09:34
업데이트 2020-08-08 10: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  연합뉴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
연합뉴스
‘의정부고 졸업사진’ 비판했던 샘 오취리, 결국 사과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던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결국 사과했다.

지난 6일 샘 오취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올린 뒤 “우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발단은 ‘관짝소년단’ 재현한 학생들의 ‘검은 분장’
해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독특한 졸업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유명한 경기 의정부고의 올해 졸업사진과 관련해 인터넷에서 유행한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학생들을 놓고 인터넷 상에선 최근 설왕설래가 오갔다.
인터넷에서 유행한 ‘관짝소년단’ 영상
인터넷에서 유행한 ‘관짝소년단’ 영상
‘관짝소년단’이란 가나에서 장례식 중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들이 관을 어깨에 올려놓고 춤을 추는 동영상을 가리킨다. 무거워 보이는 관을 어깨에 살포시 올려놓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끈 바 있다.

의정부고의 일부 학생들이 이 영상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을 했는데, 이를 두고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해외에서는 얼굴을 검게 분장해서 흑인을 표현하는 것을 ‘블랙 페이스’라고 해서 인종차별적 행위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검게 분장해서 흑인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샘 오취리 “흑인 입장에서 불쾌한 행동” 지적
이미지 확대
샘 오취리,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패러디 비판.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패러디 비판.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는 6일 올렸던 인스타그램 글에서 “2020년에 이런 걸 보면 슬프다”면서 “제발 하지 마세요!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돼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 문화를 존중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한국에선 얼굴을 검게 칠하면 웃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방송가 안팎에서 너무 많았다”면서 “이런 행동은 한국에서 중단돼야 하며 이런 무지가 계속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종차별 의도 없었다” vs “의도 없어도 비판 가능”
일단 의정부고 학생들의 해당 패러디가 인종차별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다시 불 붙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인종차별적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해당 동영상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분장했을 것이라는 옹호론이 제기됐다. 한편에선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를 했다면 지적받아 마땅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해외에서 일제시대 욱일기가 아시아에서 전범기로 인식된다는 것을 모르고 사용했다면 무지에서 나온 행동이라도 지적하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의 얼굴 분장을 둘러싼 논쟁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볼 만한 주제였다.

역풍 맞은 샘 오취리…과거 ‘눈 찢기’도 도마에
샘 오취리가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눈 찢기’ 행동을 했던 것이 최근 논란이 됐다. 당시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가 소개됐는데 출연자들이 직접 얼굴 찌푸리기를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샘 오취리가 비(非)아시아권에서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하는 ‘눈 찢기’를 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  JTBC 유튜브 캡처
샘 오취리가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눈 찢기’ 행동을 했던 것이 최근 논란이 됐다. 당시 스페인의 ‘얼굴 찌푸리기 대회’가 소개됐는데 출연자들이 직접 얼굴 찌푸리기를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샘 오취리가 비(非)아시아권에서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하는 ‘눈 찢기’를 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적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
JTBC 유튜브 캡처
그러나 샘 오취리가 문제를 제기한 방식 때문에 역풍이 더욱 거셌다.

일단 샘 오취리가 학생들의 사진을 아무런 처리 없이 그대로 올린 점이 지적됐다. 공인도 아닌 학생들이 교내에서 벌인 활동을 행사 자체가 유명하다고 해서 유명 방송인이 비판을 위해 그대로 공개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또 그가 올린 글 중 일부 단어가 논란이 됐다.

우선 ‘무지하다’는 뜻의 ‘ignorance’라는 단어를 쓴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샘 오취리는 비판글을 올리며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작성했는데 한국어로 올린 글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없었다.

게다가 이번 사안과 관련 없는 ‘tea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인 것도 논란이 됐다. teakpop은 티타임과 K팝의 합성어로 ‘K팝과 관련된 가십’이라는 뜻인데 대체로 K팝과 관련해 부정적인 뒷이야기라는 뉘앙스가 강하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즉, K팝과 관련 없는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비하하거나 비판할 때 종종 쓰이는 해시태그를 붙인 것은 결국 한국 비하의 뜻이 깔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샘 오취리가 과거 JTBC 예능 ‘비정상회담’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포즈를 한 것이 동양인을 비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재차 불거졌다.

샘 오취리 “의견 표현 과정서 선 넘어서 죄송” 사과
이미지 확대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이에 샘 오취리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전날 올렸던 학생들의 사진과 비판글을 삭제했다.

그는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내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고,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려서 죄송하다. 나는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쓴 부분은 한국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국의 교육을 언급한 것이 아니었는데, 충분히 오해가 생길만한 글이었다”며 “‘teakpop’ 자체가 K팝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인 줄도 몰랐다. 알았으면 이 해시태그를 전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일들은 좀 경솔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재차 사과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위기 당신의 생각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후 의료계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료인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공백 위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의료계 책임이다
정부 책임이다
의료계와 정부 모두 책임있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