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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가면 그만” “틱톡 인수 검토”… 中 때릴수록 난감한 트럼프

“美 안가면 그만” “틱톡 인수 검토”… 中 때릴수록 난감한 트럼프

류지영 기자
류지영,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8-09 17:26
업데이트 2020-08-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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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관리 제재·中IT퇴출’ 역효과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AP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AP통신
홍콩·中관리 11명 비자 제한·자산 동결
홍콩 관리 “트럼프에 100弗 송금하면 돼”

므누신·나바로, 틱톡 인수 여부 놓고 충돌
퀄컴 ‘퇴출’ 화웨이와 거래 재개 추진도
“양국 교역 등 의존… 완전한 단절 불가능”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고 중국산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과 ‘위챗’을 제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과 홍콩의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시켰다. 1979년 수교 이후 두 나라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너무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 등 홍콩과 중국 고위관리 11명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달 1일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강행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과 테레사 청 법무장관, 샤바오룽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과 뤄후이닝 홍콩연락판공실 주임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없고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된다.

그러자 홍콩 정부는 8일 “미국의 조치가 파렴치하고 비열하다”면서 “홍콩보안법 때문에 제재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람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겁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 미국 비자 유효기간은 2026년까지다. 미국에 갈 생각이 없으니 스스로 말소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홍콩 문제를 담당하는 뤄 주임도 “중국과 홍콩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해외에 한 푼도 없어서 제재는 헛수고 아니겠느냐. 트럼프 대통령에게 100달러(약 11만8천원)를 부쳐 (의도적으로) 동결 자산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가방첩안보센터(NCSC) 윌리엄 에바니나 소장은 7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길 바란다”고 주장해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에바니나 소장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이 힘든 인물’이라는 이유로 낙선하길 원한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정치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자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 행보’에 발을 맞추려는 의도다.

세계 양대강국(G2)인 미중 두 나라의 갈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보안법 시행 뒤로 본격화된 미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을 지렛대삼아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몰아치기식’ 조치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냉전을 겪었던 소련과는 무역 거래나 인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중국과는 ‘샴쌍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 완전한 단절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워싱턴포스트는 8일 “최근 백악관에서 므누신 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틱톡 인수 여부를 두고 언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SNS 업체 트위터가 틱톡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미국 사업을 금지시키려 하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트위터도 뛰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중단시키려는 트럼프의 속내가 미 기업이 뺏긴 IT 경쟁력을 회복시켜 주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통신용 칩 제조사 퀄컴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하고자 트럼프 행정부 설득에 나섰다고 WSJ는 덧붙였다. 화웨이가 삼성전자 등 다른 업체에서 대체품을 살 수 있어 제재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0-08-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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