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코로나 혈장치료제는 소망·절망·신뢰의 산물”

“코로나 혈장치료제는 소망·절망·신뢰의 산물”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1-01-17 17:00
업데이트 2021-01-17 18:1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K바이오를 이끄는 사람들] <3> 김진 GC녹십자 부사장

이미지 확대
17일 경기 용인 GC녹십자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학본부장 김진 부사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 덕분에 다음에 찾아올 감염병 대유행 사태 때는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 제공
17일 경기 용인 GC녹십자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학본부장 김진 부사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력 덕분에 다음에 찾아올 감염병 대유행 사태 때는 지금보다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 제공
“코로나19 감염자 치료약인 혈장치료제 개발은 절망과 소망이 반복되는 힘든 시간이었다. 직원들이 서로 신뢰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움츠렸던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긴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GC녹십자가 반격의 선봉에 서 있다.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는 최근 임상 2상 환자 모집과 투약까지 마치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한 GC녹십자 의학본부장 김진(57) 부사장에게 혈장치료제 개발 막전막후와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물었다. 김 부사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대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광약품 연구원, 종근당 개발본부장 등을 거쳐 2016년 11월 GC녹십자에 합류한 뒤 연구개발(R&D) 전반을 이끌고 있다.
이미지 확대
혈장치료제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속 혈장에서 면역 단백질만 분리한 것이다. 완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에 특화된 다양한 면역 항체들이 담겨 있는데 이를 분리·농축해서 만든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즉시 치료제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앞서 GC녹십자에서 만들어 이미 상용화된 다른 제품들과 작용 기전, 생산 방법이 같아 안전성도 확보됐고 개발 과정도 간단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임상 2상에서 시험대상자들에 대한 투약은 완료됐고 1분기 내 자료분석을 끝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품목허가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면 상용화할 수 있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관련 분야에선 국내에서 따라올 곳이 없을 정도로 노하우가 풍부하다. 실제로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국내 최초로 지난해 8월 임상 2상에 들어갔다. 이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던 것은 과거 회사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해 본 경험이 있어서다. GC녹십자는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보건당국과 공조하면서 백신을 조기에 개발한 전력이 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신종플루 대응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등 R&D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팬데믹 대응이 ‘속도전’이라고 판단한 GC녹십자는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김 부사장은 “수십년간 쌓은 기술력이 집약된 독자적인 혈장 의약품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과거의 성공 경험과 제약사로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혈장치료제 전담팀(TF)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미지 확대
우선 완치자의 혈장을 모집해 치료제를 만든 뒤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이끈 김 부사장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이었다”면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고자 밤낮, 주말 없이 팀원들과 경과를 공유하며 한마음으로 달려 왔다”고 했다. 이어 “절망과 소망이 반복되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지만 서로 신뢰했기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임상 2상에서 시험 대상자 모집과 투약을 완료한 상태다. 자료를 분석한 뒤 식약처에 품목허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다수의 확진자가 나왔던 대구, 경북 지역을 여러 번 직접 방문도 했다. 완치자의 혈장을 모으기 위해 지역 의료진을 직접 방문할 땐 두려웠다고도 했다. 그는 “그럼에도 ‘필요한 일’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직원들이 이겨냈다”면서 “그래도 이런 생소한 절차들을 보건 당국과 함께 제도화하는 시간이었고 다음 팬데믹에선 더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혈장 관련 제제를 생산할 시설을 확보했고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특수연구시설(BL-3 Lab)도 구축 중”이라면서 “코로나19에서 얻은 경험과 시스템으로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혈장치료제는 수많은 포트폴리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희귀병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를 비롯해 퀀텀점프를 이끌 다양한 후보군을 갖추고 있다.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희귀병으로 체내 특정 효소가 결핍된 어린아이에게서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다. 남자 어린이 10만~15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면서 심혈관계 합병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지금껏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GC녹십자가 이 병의 치료제인 헌터라제를 개발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중국 내 헌터증후군 환자는 3000명 정도인데 정식으로 승인된 치료제는 헌터라제가 유일하다. 국내 기술로만 개발됐다. 아직 약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시장성이 상당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일본에서도 품목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1% 이상 성장해 2024년엔 약 3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헌터라제 매출을 통한 이익으로 또 다른 희귀질환 R&D에 투자해 회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매출 증대로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의 품목 승인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진출을 목표로 개발 중인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10%’도 있다. 백신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백신 개발 전담 법인인 ‘큐레보’도 설립해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21-01-18 17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