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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위 백인 그린 동화책은 NO” 세계 출판계 인종차별 퇴출 나섰다

“동양인 위 백인 그린 동화책은 NO” 세계 출판계 인종차별 퇴출 나섰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3-03 17:50
업데이트 2021-03-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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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국서 수백억원 수익 ‘닥터 수스’
유족이 인종차별 논란 6권 판매 중단

유럽선 흑인 여성 고먼 시집 번역 논란
“백인 번역가가 흑인 감수성 표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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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 묘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국 유명 동화 작가 ‘닥터 수스’ 고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의 책 6권이 판매 중단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의 한 서점에 닥터 수스의 책이 진열된 모습.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인종차별적 묘사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수십년간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국 유명 동화 작가 ‘닥터 수스’ 고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의 책 6권이 판매 중단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의 한 서점에 닥터 수스의 책이 진열된 모습.
뉴욕 로이터 연합뉴스
과거 행해진 인종차별 해소가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 출판계에서도 이 문제는 작품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오랫동안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도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논란의 불씨를 제거하는 등 인종차별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책 읽는 날’이기도 한 2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닥터 수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고 시어도어 수스 가이젤의 그림책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유로 판매 중단됐다. 이날 수스의 가족이 세운 닥터 수스 엔터프라이즈는 “잘못되고 상처 주는 방식으로 사람을 묘사한다”며 6권의 책을 판매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책 읽는 날’이 그의 생일에 맞춰 제정됐을 정도로 수스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60여권의 책은 여러 언어로 번역돼 한국을 비롯해 100여개국에 팔려나갔고 1991년 그의 사망 이후에도 3300만 달러(약 370억원·지난해 기준)를 벌어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1930~1960년대 쓰인 수많은 책은 계속 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총을 든 백인 남성이 아시아인 머리에 올라간 그림, 맨발의 흑인 남성 두 명이 풀로 만든 치마를 두른 장면 등이 버젓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17년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포트 초등학교에 수스의 책을 기부했는데, 사서가 “인종차별적이고 유해한 고정관념이 가득하다”며 이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회사는 교사와 학계 등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 등과 몇 달간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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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어맨다 고먼. EPA 연합뉴스
시인 어맨다 고먼.
EPA 연합뉴스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미국의 흑인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의 시집 출판을 앞두고 백인 작가가 번역을 맡는다는 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고먼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해 화제를 모은 젊은 계관시인이다. 그는 자신을 “노예의 후손이자 미혼모 손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묘사하는 등 흑인 여성으로서의 강한 정체성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런 고먼의 시를 네덜란드에서 지난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작가 마리커 뤼카스 레이네펠트가 번역할 예정이었는데, 비평가 사이에서 “흑인, 소수자로서의 차별을 겪지 않은 백인은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온 것이다. 현지 문화 활동가 재니스 듈은 한 기고문에서 “고먼의 삶은 흑인 여성으로서의 경험으로 물들어 있다”며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론에 결국 출판사는 번역 작업에서 레이네펠트를 빼기로 했다. 레이네펠트는 “이 대소동에 크게 충격받았다. 고먼의 작품을 번역하는 데 행복하게 헌신했다”면서도 “(내가 번역한다는 데) 상처 입은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한다. 고먼의 생각이 가능한 한 많은 독자에게 전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3-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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