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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19세 ‘천사’의 마지막 메시지 “다 잘될 거야”

미얀마 19세 ‘천사’의 마지막 메시지 “다 잘될 거야”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3-04 20:52
업데이트 2021-03-0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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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의 별이 된 치알 신

가수·댄서 활동… 태권도 챔피언 경력
죽음 각오한 듯 페북에 시신 기증 적어
하루 최소 38명 숨져… 최악 유혈 사태
시민들 SNS서 유엔에 ‘보호책임’ 촉구
“죽기 직전까지 옆에 있는 시위자 챙겨”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던 ‘에인절’ 치알 신이 지난 3일 군부의 무차별 총격 진압을 피해 몸을 낮추며 주변을 돌보고 있다. 치알 신은 이날 총탄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만달레이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나섰던 ‘에인절’ 치알 신이 지난 3일 군부의 무차별 총격 진압을 피해 몸을 낮추며 주변을 돌보고 있다. 치알 신은 이날 총탄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만달레이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피의 일요일’ 이후에도 쿠데타 항의 시위대에 강경 진압을 이어 나가면서 지난 3일 하루에만 최소 38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이날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19세 여성이 ‘다 잘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채 피를 흘리는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에인절(Angel)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치알 신의 사연을 전하면서 이 문구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가수, 댄서이자 태권도 챔피언이기도 했던 그는 만달레이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그와 함께 시위에 나갔던 미얏 투는 로이터에 “경찰이 총을 쏘자 에인절은 ‘총에 맞을 수 있으니 앉으라’고 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보호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총격이 이어지자 시위대는 흩어졌고, 나중에 페이스북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러진 사진을 보고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숨진 에인절이 입고 있던 까만색 티셔츠에는 흰 글씨로 ‘다 잘될 거야’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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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 중 총탄에 스러진 치알 신이 생전 태권도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3일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 중 총탄에 스러진 치알 신이 생전 태권도복을 입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그는 죽음까지 각오한 듯 페이스북에 자신의 혈액형과 비상 연락처, 그리고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메시지까지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치알 신과 다른 젊은 시위자들의 죽음은 시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폭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최루탄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투명 고글을 목에 매달고 도전적인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는 죽기 직전의 그의 모습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시민들은 이어지는 죽음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시위를 열어 군부에 저항하고 있다. 또 SNS에서 유엔에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촉구하는 게시물 수천 건을 올리고, 국제사회가 군부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제조치를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03-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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