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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합의 승자는 바이든”… 지재권·일자리 둘 다 지켰다

“LG·SK 합의 승자는 바이든”… 지재권·일자리 둘 다 지켰다

이영준 기자
이영준,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4-11 22:28
업데이트 2021-04-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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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시한 하루 전 극적 합의 배경은

美, 거부권 땐 ‘中 지재권 지적’ 명분 없고
SK 철수 땐 3000명 실직 우려에 적극 중재
바이든 “美노동자와 자동차 업계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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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2년간 벌여 온 ‘배터리 소송’에 종지부를 찍었다. SK는 LG에 배상금 2조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LG그룹 본사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왼쪽)와 SK그룹 본사인 종로구 SK서린빌딩(오른쪽)의 모습. 뉴스1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2년간 벌여 온 ‘배터리 소송’에 종지부를 찍었다. SK는 LG에 배상금 2조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LG그룹 본사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왼쪽)와 SK그룹 본사인 종로구 SK서린빌딩(오른쪽)의 모습.
뉴스1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놓고 ‘사생결단’으로 싸워 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갈등의 정점에서 배상금 ‘2조원’에 돌연 합의를 선언했다. 재계는 최종 합의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LG 승소’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11일(현지시간)을 딱 하루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LG와 SK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미리 파악하고서 전격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식재산권과 미국 노동자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된 바이든 대통령이 양사 합의의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갈등은 지난 2월 ITC가 SK에 ‘10년 수입금지’ 결정을 내린 이후 더 격화됐다. 승기를 잡은 LG가 합의금을 4조원 안팎으로 더 올리자 SK는 ITC 결정을 60일 내에 뒤집을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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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도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돼 3000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생기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미국 기업과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로 다투는 중국 기업에 힘을 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LG와 SK 측에 합의할 것을 거듭 권고하며 중재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양사에 합의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이 임박하자 LG와 SK는 더는 소모전을 펼쳐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합의를 결정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미국에 체류 중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배상금 2조원에 합의했다. 배상금은 LG가 마지막 협상에서 제시한 3조원과 SK가 제시한 1조원의 중간값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양사는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민사소송과 양사가 ITC에 맞제기한 2건의 특허 침해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끝나기 직전에 미국 정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와 SK의 합의 소식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의 승리’라는 분석을 내놨다. SK의 미국 시장 철수를 막아 포드와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급망을 유지하게 됐고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의 노동 시장을 지키게 됐을 뿐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중요시하는 자신의 지론도 어기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를 미국에 존속시켜 중국 업체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G와 SK의 합의는 미국 노동자와 자동차 업계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서울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4-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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