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교육·대출 부담으로 못하고 기업은 투자·지출 줄이면서 늘리고
지난해 기업저축률이 개인저축률의 4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에 매진해야 할 기업은 오히려 저축에 매진하는 반면 정작 저축해야 할 개인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저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민간저축률(개인+기업저축률)은 23.3%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기업저축률이 18.4%, 개인은 4.9%를 차지했다. 기업의 저축률이 개인보다 3.75배 이상 높다.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만 해도 개인저축률은 기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실제 98년 개인저축률은 18.6%였지만 기업저축률은 9.1%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인저축률은 이후 급전직하했다. 2년 후인 2000년 개인저축률은 8.6%를 기록하며 당시 12.8%를 기록한 기업저축률에 역전 당했다. 84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개인저축률은 2002년 3.1%로 바닥을 찍은 후 2004년 8.1%를 기록하며 한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다시 하강세를 그리고 있다. 개인순저축률의 하락은 더 급하다. 개인순저축률이란 세금 등을 제외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모든 소득(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에 쓰고 남은 돈의 비율을 말한다.
●작년 기업저축률 개인의 4배 육박
국내 개인순저축률은 98년 21.6%까지 올라갔지만 2007, 2008년에는 2.6%를 기록했다. 그나마 2009년에는 0.6%포인트 올라간 3.2%를 기록했다. 불과 11년 만에 저축률이 7분의1가량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반면 기업저축률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다. 98년 9.1%에서 2007년 15.8%까지 올라간 기업저축률은 2008년 16.8%, 2009년에는 다시 1.6%포인트가 높아진 18.4%를 기록 중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교육비와 노후준비, 세금부담 등으로 우리 국민이 쓸 돈은 많아지는 데 반해 소득증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비, 주택구입 대출금과 상환부담 등이 많이 늘어난 것이 (개인의) 저축 감소로 나타난다.”면서 “반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은 기업은 매출이 늘어나도 투자나 지출은 줄이고 내부유보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련의 현상이 개인은 물론 기업 경제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개인저축률 감소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에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순저축률 11년만에 7분의1로
노동소득분배율이란 노동자의 몫(임금)인 피용자보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낮으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자기 몫을 덜 받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송 수석연구원은 “현재 낮은 개인저축률이 고착화 되고 있는데, 가계부채 부담이 늘고 결국 가계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교적 여윳돈이 있는 기업에 좋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임영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장기적으론 개인이 저축한 돈을 기업이 빌려 투자 재원으로 이용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결국 가계저축의 감소는 그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점점 찾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유영규 김민희 정서린기자 whoami@seoul.co.kr
2010-03-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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