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넉 달 만인 16일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물가 불안을 더는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환율전쟁’이 다소나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G20 회의에서 자본 유출입 규제의 명분을 얻은 것도 인상 여건을 마련해줬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견줘 기준금리가 여전히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과 통화정책에 중요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한은이 여러 차례 시장에 보낸 인상 신호를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19개월 동안 사용해 온 ‘금융완화 기조 하에서’라는 문구를 이번에 삭제해 추가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의 회복 속도가 점차 느려질 수 있는 데다 그동안 금통위가 선제적인 인상 시점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점쳤다.
◇‘통제범위’ 벗어난 물가,금통위 압박
중앙은행의 지상 과제가 물가안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가을 ‘배춧값 파동’에서 비롯한 물가 불안은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다.
농수산물 가격의 폭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3.6%,10월 4.1%를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3.0±1.0%를 벗어난 수치다.허용 범위를 0.5에서 1.0으로 늘린 지난해 11월 이전 기준으로 보면 두 달 연속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2개월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록해 상당 기간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고됐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물가 상승률만큼이나 한은이 걱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다.
작황 부진 같은 일시적 공급 요인으로 물가가 불안해진 것뿐일 수도 있지만 한 번 높아진 물가 상승률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영향도 주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는데도 기준금리를 올린 것는 인플레 심리를 잠재우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 비롯한 물가상승 압력이 수요 측면으로 옮겨지는 상황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반짝’ 상승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수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물가상승 압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물가는 3%대의 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 환율합의,자본유출입 규제도 한몫
대내외 여건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달과 달라진 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G20 정상회의를 거쳐 환율전쟁이 조금이나마 숨돌릴 틈을 찾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자제하고 환율 유연성을 높이자는데 합의하면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도 내년까지 의견 접근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G20 정상회의 결과 환율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자본 유출입 규제가 G20을 거쳐 한층 탄력을 받게 된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G20은 지난 12일 정상회의 선언문에 급격한 자본이동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심해진 신흥국에 대해 거시건전성 규제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총재는 이러한 선언문 내용과 관련해 “굉장히 큰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금통위원들이 이러한 중요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자본 유출입 규제는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환율에 대한 부담을 덜고 물가안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이 밖에 6%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비춰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인식과 정책 수단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인상론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올해 추가 인상은 없을 듯”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시기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이와 관련해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 인상의 신호로 해석될 만한 변화를 줬다.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장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사용해 온 ‘금융완화 기조 하에서’라는 문구가 삭제돼 시선을 집중시켰다.보기에 따라서는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저금리 상태)를 되도록 빨리 탈출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 때 정책적 의지로 집어넣은 것을 뺀 것뿐”이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에 아직 못 미치는 금융완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금리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문과 김 총재의 발언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김 총재가 기준금리를 천천히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으로 금통위 결정문의 의미를 희석시킨 것 같다”며 “금통위가 지금까지 보인 행태로 미뤄 기준금리 인상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두 차례 정도”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박혁수 채권전략팀장은 “환율전쟁도 마무리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일러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한 차례씩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여기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환율전쟁’이 다소나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G20 회의에서 자본 유출입 규제의 명분을 얻은 것도 인상 여건을 마련해줬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 견줘 기준금리가 여전히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과 통화정책에 중요한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한은이 여러 차례 시장에 보낸 인상 신호를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19개월 동안 사용해 온 ‘금융완화 기조 하에서’라는 문구를 이번에 삭제해 추가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의 회복 속도가 점차 느려질 수 있는 데다 그동안 금통위가 선제적인 인상 시점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점쳤다.
◇‘통제범위’ 벗어난 물가,금통위 압박
중앙은행의 지상 과제가 물가안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가을 ‘배춧값 파동’에서 비롯한 물가 불안은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이다.
농수산물 가격의 폭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3.6%,10월 4.1%를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3.0±1.0%를 벗어난 수치다.허용 범위를 0.5에서 1.0으로 늘린 지난해 11월 이전 기준으로 보면 두 달 연속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2개월만에 가장 높은 5.0%를 기록해 상당 기간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고됐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물가 상승률만큼이나 한은이 걱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다.
작황 부진 같은 일시적 공급 요인으로 물가가 불안해진 것뿐일 수도 있지만 한 번 높아진 물가 상승률은 보이지 않는 심리적 영향도 주기 때문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는데도 기준금리를 올린 것는 인플레 심리를 잠재우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 비롯한 물가상승 압력이 수요 측면으로 옮겨지는 상황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반짝’ 상승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수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물가상승 압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물가는 3%대의 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G20 환율합의,자본유출입 규제도 한몫
대내외 여건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달과 달라진 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G20 정상회의를 거쳐 환율전쟁이 조금이나마 숨돌릴 틈을 찾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자제하고 환율 유연성을 높이자는데 합의하면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도 내년까지 의견 접근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G20 정상회의 결과 환율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자본 유출입 규제가 G20을 거쳐 한층 탄력을 받게 된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G20은 지난 12일 정상회의 선언문에 급격한 자본이동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심해진 신흥국에 대해 거시건전성 규제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총재는 이러한 선언문 내용과 관련해 “굉장히 큰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금통위원들이 이러한 중요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자본 유출입 규제는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환율에 대한 부담을 덜고 물가안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이 밖에 6%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비춰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인식과 정책 수단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인상론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올해 추가 인상은 없을 듯”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시기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이와 관련해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 인상의 신호로 해석될 만한 변화를 줬다.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장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사용해 온 ‘금융완화 기조 하에서’라는 문구가 삭제돼 시선을 집중시켰다.보기에 따라서는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저금리 상태)를 되도록 빨리 탈출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 때 정책적 의지로 집어넣은 것을 뺀 것뿐”이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에 아직 못 미치는 금융완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금리 정상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문과 김 총재의 발언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김 총재가 기준금리를 천천히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으로 금통위 결정문의 의미를 희석시킨 것 같다”며 “금통위가 지금까지 보인 행태로 미뤄 기준금리 인상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두 차례 정도”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박혁수 채권전략팀장은 “환율전쟁도 마무리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일러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한 차례씩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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