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새국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그룹이 14일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2차 확인서’를 제출했다.이에 따라 일단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맺은 양해각서(MOU)가 해지되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청했던 대출계약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채권단은 공언한 대로 현대그룹과의 MOU를 즉각 해지해야 한다.”고 채권단을 압박했다.
현대그룹은 대출계약서 제출 시한일인 이날 오후 늦게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이 지난 13일 발급한 2차 확인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2차 확인서는 ‘본 건 대출과 관련해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과 대출 자금이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 두 계좌에 그대로 들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로써 넥스젠 등 제3자의 보증, 담보를 통해 나티시스 은행의 대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이 대출계약서에 준하는 문서로 인정해 주겠다고 했던 텀시트(Term Sheet)에 대해서는 “작성되거나 체결된 적이 없(으므로 제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측은 “지난 7일 1차 마감시한을 불과 11시간을 앞두고 텀시트를 언급한 것은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및 그 부속서류 제출 요구가 얼마나 위법하고 부당한 것인지 스스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양종금증권도 현대그룹과 맺은 풋백옵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는 현대건설 채권단의 요구와 관련, 이날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왔다. 채권단은 2차 확인서가 그간의 나티시스 은행과 관련된 자금 출처 의혹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검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그룹의 자료가 오는 대로 다른 채권기관과 법률 검토 등을 진행하겠다.”면서 “자료를 확인하기 전에 속단해 결론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대출 조건과 담보 등이 명시되지 않는 한 2차 확인서는 현대그룹이 종전에 제출한 확인서에서 날짜만 바뀐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 문서만으로는 자금에 대한 시장의 의혹과 불신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것은 상세한 대출내역이지 세간의 의혹을 부정하는 확인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MOU 해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현대그룹이 현재 법원에 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황인 데다 채권단도 MOU를 해지하면 법적인 부담이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채권단이 요청한 대출계약서와 제반 서류가 아닌 확인서를 재차 제출하는 것은 효력도 없고 채권단을 무시한 처사다.”면서 “2차 확인서 제출은 의혹만 더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0-12-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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