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경제 분리 후 어떻게 되나

농협, 금융.경제 분리 후 어떻게 되나

입력 2011-03-04 00:00
수정 2011-03-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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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논란끝에 4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이번 회기 내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지난 94년부터 논의의 봇물이 터졌던 농협개혁작업을 마칠 수 있게 된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은 신용사업부문과 경제사업부문이 분리돼 내년 3월 2일 은행·보험 등 신용업무를 담당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와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업무 등을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회사가 각각 설립된다.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게 된 것은 신용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농업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농협은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판매 등 경제사업은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사업은 협동조합이라는 제도적 한계와 사업다각화 제약 등으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돼 왔다. 일례로 지난 2006년 1조943억원이었던 신용부문 순익은 작년엔 5천662억원으로 반토막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현재 구조를 갖고서는 신용사업 건전성 유지뿐만 아니라 조합(원) 지원 등의 협동조합 고유 기능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것.

◇여야 합의안 어떻게 나왔나

그동안 이견을 보여왔던 여야가 농협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도 농협 개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에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 후 사업분리까지 1년 이상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3월 새로운 체제를 갖춘 농협이 출범하기 위해선 이번 회기내에 처리돼야 한다는 게 정부와 농협 측의 설명이었다.

더욱이 이번에 법안이 통과가 안될 경우 4월 보궐선거, 한.미 및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현안과 맞물리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정부와 농협은 늦어도 6월까지는 농협의 자체자본조달계획이 수립돼야 부족분에 대한 정부 지원을 내년에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 만큼 법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권을 설득해왔다.

◇쟁점 어떻게 정리됐나

이날 상임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1중앙회-2지주회사라는 정부안의 골격은 대체로 유지됐다.

중앙회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되 중앙회가 수행하는 경제사업을 5년내에 경제지주회사로 이관하도록 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자본금은 우선 농협이 자체 조달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키로 했다.

다만 지원 규모, 대상 및 방식은 법 개정 이후 자산실사 등을 거쳐 추후에 확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본계획서를 마련,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 상임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특히 정부가 자본금을 지원하더라도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경제·신용사업이 각각 독립법인으로 분리돼 현재 발생하지 않는 세금이 추가되는 문제는 일시적 조세부담(8천억원) 뿐만아니라 추후 사업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도 일반 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되 농협의 특수성을 감안해 현재 부담하는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야당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경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농협중앙회가 보유자본 배분 시 경제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우선 배분토록 명문화했고, 중앙회는 보유자본의 30% 이상을 경제사업에 배분하기로 약속했다.

또 조합과 중앙회에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경제사업을 우선적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적극 이행토록 의무를 부과했으며 조합과 중앙회가 공동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중앙회는 판매조직, 관련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이어 지역농협의 경제사업 실적에 따라 중앙회가 자금지원 등 우대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의 소득안정을 위한 수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공제의 보험업 전환에 따른 특례 문제에 대해선 농업인의 불편이 없도록 농.임업인 안전공제, 농기계 종합공제 등 정책보험에 대해서는 5년간 방카슈랑스 규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방카슈랑스 규제란 1사당 판매 비중을 25%로 제한하고 모집인수를 2인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다.

◇새로 탄생할 금융지주 어떤 모습인가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생명.손해)를 분리·신설하고 NH증권 등 기존 자회사를 아우르게 되며 NH카드도 별도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기준으로 농협의 총자산은 국민(275조원), 우리(247조원), 신한(238조원)에 이어 193조원으로 4위에 해당돼 앞으로 자산 200조원 규모의 거대 금융지주가 탄생하게 된다.

농협은행은 일반은행업무 외에 조합 및 중앙회 자금 지원, 농업자금대출 등 농업금융을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농협금융지주는 농업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중은행과 경쟁 가능한 조직형태를 갖춰 시중은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이어서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경제사업 활성화 어떻게 추진되나

앞으로 설립될 경제지주는 독립된 자본과 조직을 기반으로 판매·유통 등 농업인이 원하는 경제사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게 된다.

중앙회의 기능이 신용사업 중심에서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편돼 재원 운영 및 인력구조도 이에 맞게 변경된다. 현재 중앙회는 은행업 등 신용사업에 인력과 재원을 대부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중앙회 인력 가운데 76%가 신용사업부문에 배치돼 있고, 경제사업부분은 14%에 불과했다.

또 경제사업은 회원조합 지도·지원 중심에서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직접 팔아주는 판매사업 중심으로 전환된다.

현재는 판매는 회원조합이 담당하고 중앙회는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농산물 유통사업의 위험과 손실을 회원조합이 모두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개편 후에는 농축산물 유통에 중앙회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조합의 부담을 줄이고 조합원에게는 생산 농축산물의 판로를 보장하게 된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조합출하액 가운데 중앙회 판매액은 31.1%에 불과했으나 경제지주가 출범하면 2013년엔 34.3%, 2015년엔 56.7%, 2020년엔 68.8%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지주가 설립됨으로써 협동조합적 소유와 사업경영의 분리도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현재는 대표이사별로 개별 자회사를 관리하고 지도와 사업적 기능이 혼재돼 있으나 농협조직이 개편되면 장기적으로 중앙회는 교육·지도사업을 수행하고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은 지주회사가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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