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미자검출 실험 7월 착수…노벨상 도전

중성미자검출 실험 7월 착수…노벨상 도전

입력 2011-05-03 00:00
업데이트 2011-05-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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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에 초고성능 설비 구축…데이터 수집에 3년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중성미자 검출 설비를 갖추고 우주생성의 비밀을 풀기 위한 실험에 본격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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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영광 원전 부근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중성미자 검출설비(RENO)가 지난 2006년 3월 착공 이후 약 5년 만인 올 2월 완공돼 오는 7월부터 중성미자 검출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이 연구 프로젝트에는 서울대 김수봉 교수(물리학부) 연구팀을 비롯한 국내 10여개 대학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중성미자(中性微子)는 양성자나 전자보다도 훨씬 더 작은 소립자의 일종. 전기전하가 없고 질량이 워낙 작은 데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중성미자의 종류는 전자·뮤온·타우중성미자 등 세 가지다.

특히 이들 세 종류의 중성미자는 서로 자유롭게 형태를 바꾼다. 전자중성미자는 뮤온중성미자로, 뮤온중성미자는 타우중성미자로, 타우중성미자가 전자중성미자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뮤온-타우, 타우-전자중성미자 간 변환 비율, 즉 ‘진동변환상수’는 각각 약 100%, 80%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자중성미자가 뮤온중성미자로 바뀌는 비율은 세계 어느 연구진도 측정하지 못한 상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연구진은 영광 중성미자 검출설비에서 이 전자-뮤온중성미자 변환상수가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광 중성미자 검출설비의 핵심은 원자로에서 가까운 위치(290m)와 먼 위치(1.4㎞)에 설치된 두 대의 검출기. 원자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성미자들을 각 검출기에서 측정하면, 입자별 검출 결과에 차이가 나타나고, 이를 통해 전자-뮤온중성미자가 서로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과부과 연구진 등에 따르면 영광 검출설비는 최소 2%의 변환 비율까지 포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해외 각국 실험의 경우 측정 한계 비율이 15% 수준이었다. 전자-뮤온중성미자의 변환 비율이 15% 밑일 경우, 아예 검출 장비의 성능(민감도) 문제 때문에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영광 중성미자 검출설비의 경우 민감도를 10배 정도 높였기 때문에, 전자-뮤온중성미자 변환 비율이 2~15% 사이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 측정 결과를 통해 변환상수를 구하려면 7월 본격 실험이 시작된 뒤 약 3년 동안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만약 영광 중성미자 검출설비에서 이 변환상수를 밝혀내 중성미자의 성질과 기본입자의 원리를 규명할 경우, 이는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만큼 획기적 발견이 될 것으로 물리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빅뱅’(Big Bang;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 직후 우주 공간을 채웠던 소립자의 성질을 역추적할 수 있고, 우주의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 연구, 향후 중성미자 실험 프로그램의 방향 등을 결정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험이 성공적일 경우, 노벨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956년 중성미자를 처음 발견한 미국 학자 프레데릭 라이너스가 1995년 노벨상을 받았고 1988년과 1968년, 1987년 수상자도 모두 뮤온중성미자 발견과 우주중성미자 관측 등 중성미자 관련 연구 성과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1998년 일본 연구진도 실험장치 ‘수퍼카미오칸데’를 통해 처음 세 종류의 중성미자 간 변환을 발견, 세계 물리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김수봉 교수는 “프랑스와 중국에서도 중성미자 검출 프로젝트가 우리보다 3~4년 앞서 시작됐지만, 원전이 세 개 이상 모여 있고 터널에 알맞은 가파른 산이 있는 영광 원전의 장점 덕분에 실제 실험은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변환상수는 중성미자의 질량 등 성질을 밝히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입증될 경우 입자물리학계의 주류가 기존 ‘표준이론’에서 중성미자의 질량 존재를 예상한 ‘대통일이론’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실험의 의의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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