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맞은 구본준 부회장 성과와 과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17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대응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정확히 1년이 됐다.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악재에도 ‘독한 LG’를 강조하며 회사를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올려놨지만,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인화’를 중시하는 LG 문화에서 보기 드문 ‘전투형’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로 분류된다.
외환위기 이후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의 공식 인사말을 ‘1등 합시다’로 바꿨고,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도 세계 최초로 4·5·6·7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단행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그를 LG전자 CEO로 낙점한 것도 LG디스플레이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 공격적 경영 스타일을 높게 샀기 때문이다.
실제 구 부회장은 LG전자 경영 1년 동안 ‘시네마 3D TV’ 등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의 3차원(3D) 입체영상 TV를 독자 개발해 놓고도 삼성 등이 채택한 셔터안경(SG) 방식이 대세로 굳어지자 한때 FPR 제품 출시를 포기하고 SG 방식 제품만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우리 방식 제품이 더 좋다면 왜 망설이냐.”며 되레 SG 방식 제품 생산을 철수하는 ‘배수진’을 쳤다. LG전자 고위 임원은 “당시 회사 3D TV의 기술적 성과가 대부분 SG 방식에 치우쳐 있던 때라 구 부회장의 지시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면서 “오너가 아니었다면 이런 결정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올해 에어컨 등 백색가전 분야에서도 1위를 수성하며 자신감도 회복했다. LS엠트론(공조시스템 사업 부문), 대우엔텍(수처리업체) 등을 잇따라 인수해 신사업 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서 미래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회사 내부에는 ‘냉장고나 세탁기도 곧 1등을 내줄 것’이라는 비관적 분위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상당 부분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문화 안 맞아” 외국인 직원들 퇴사
그럼에도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LG전자를 퇴사한 한 연구원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드러난 ‘조직 내 눈치 보기’는 오너 체제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힌다. 구 부회장 재직 이후 상당수 외국인 임원 및 연구원들이 “문화가 맞지 않는다.”며 대거 퇴사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
지난해 ‘아이폰 쓰나미’로 실적이 곤두박질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스마트폰 분야를 기사회생시켜야 한다는 것도 숙제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소용돌이 속에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가 없는 점 또한 LG전자로서는 어려움이다.
아직까지도 휴대전화 부문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구 부회장이 직접 국내외 전문가들을 만나며 챙기는 공급망관리(SCM) 분야에서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출신답게 회사의 모든 분야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구 부회장의 성과 또한 향후 실적 등 숫자가 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9-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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