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양상 퇴직연금 시장 진정되나

과열 양상 퇴직연금 시장 진정되나

입력 2011-11-18 00:00
업데이트 2011-11-1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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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부터 타사 상품 최소 30%이상 운용 의무화

은행과 증권사 등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음 달부터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자사 상품 외에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을 최소 30% 이상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체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기예금, 주가연계증권(ELS), 저축성 보험 등 다양한 상품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을 유치하려고 역마진을 감수하며 고금리를 내걸었던 금융회사들의 과열 경쟁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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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사비중 은행 경우 99%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퇴직연금을 신탁 받은 금융회사가 자사 원리금(원금과 이자) 보장상품을 편입하는 비율이 70%로 제한된다. 쉽게 말해 A라는 기업이 B은행에 1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관리를 맡겼다면, B은행은 7000억원까지만 자사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고 나머지 3000억원은 다른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보험, 증권사의 상품에 넣어 운용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안이 최근 금융위원회를 통과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조치를 내놓은 이유는 퇴직연금 시장이 노후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마련한다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에는 은행 17곳, 증권사 17곳, 보험사 22곳 등 57개 금융회사가 한꺼번에 뛰어든 상태다. 이들은 조 단위가 넘어가는 대기업의 퇴직연금을 유치하려고 원금이 보장되는 1년짜리 고금리 상품을 경쟁적으로 팔아왔다.

그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38조 1125억원 가운데 예금, 저축성 보험, ELS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92.0%에 달한다. 이 중 79.1%가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상품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금리는 연 4.7~5.1% 수준으로, 현재 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연 3.6%보다 1% 포인트 이상 높다.

원리금 보장형 가운데 자사 상품의 비중은 은행의 경우 99.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증권사도 자사 ELS 비중이 82.7%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70% 룰’이 적용되면 자사 상품 편입 비중이 떨어지면서 금리 경쟁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로 퇴직연금 상품을 만들어 놓으면 자사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가 맡긴 돈에도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면서 “은행들이 굳이 남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리가 자연스레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

그러나 바뀐 규정이 자리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권역의 퇴직연금을 판매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이면 대형 금융회사의 상품들은 금융결제원, 코스콤, 보험개발원이 공동개발한 전산망을 통해 취급할 수 있다고 보지만 금융회사들은 연내에는 어렵다고 반박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동전산망이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어 다음 달에는 일단 비슷한 전산망을 쓰는 다른 은행들의 정기예금부터 취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11-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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