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중심부에서 지하철로 10분 남짓 떨어진 반하탈 비티에 거리. 구로디지털 단지 격인 이곳은 지난 몇 년 새 세계적인 게임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핀란드 최대 전산 솔루션기업 티에토도 들어와 있다. 러시아풍의 빨간 아파트형 공장 건물들이 즐비한 속에 섀도그라운드란 게임으로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업체 프로즌바이트도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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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바이트 직원들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 시연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무실에 해골과 인체 모형, 마녀 인형과 동물 장난감 등 소품들이 재미있게 배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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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바이트 직원들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컴퓨터 시연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무실에 해골과 인체 모형, 마녀 인형과 동물 장난감 등 소품들이 재미있게 배열돼 있다.
200여평 남짓한 사무실. 10여명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컴퓨터작업을 하면서 게임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곳저곳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2009년 10년 가까운 와신상담 끝에 섀도그라운드1이 미국 시장에서만 수백만 달러어치 팔리며 성가를 올렸다. 지금은 연말 연초를 겨냥해 버전2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말고는 나가는 돈도 거의 없다.
이 회사는 청년들의 도전을 사회가 어떻게 뒷받침해 꽃피울 수 있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스무살의 고졸 출신 로리 히베리넨이 1년간의 군대생활을 마치고 2000년 선택한 길은 게임 만들기. 히베리넨은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광. 그는 “무작정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등 5명의 친구들이 뜻을 같이했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차고가 그들의 공장이자 모태였다. “실패만 거듭했다. 되는 게 없었다. 시장도 냉담했다.”
히베리넨과 친구들은 소소한 게임 소프트웨어로 얼마간의 돈을 손에 쥘 때마다 이를 몽땅 제품 개발에 퍼부었다. 2003년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혁신기금 테케스가 개발 자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좌절은 계속됐고, 프로즌바이트는 창업자와 몇몇의 친구들로만 몇년 동안이나 유지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을 했고, 사회보장 덕택에 굶어 죽을 염려는 없다.”는 생각이 히베리넨을 계속 게임 개발에 몰두하게 했다. 공공펀드의 청년창업지원과 테케스 등에서 받은 소프트론(떼이면 돌려줄 필요 없는 기술지원자금)도 버티는 데 한 힘이 됐다.
이 회사는 섀도그라운드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게임산업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히베리넨과 친구들은 영화 같은 느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스토리와 예술성을 중요시하고, 핀란드 전설이나 풍광을 넣어 게임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중년 및 노년층에까지 게임이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이들은 믿고 있고, 이런 확신과 기대감이 더 큰 힘을 준다.
프로즌바이트는 직업훈련을 위한 전문대학 폴리텍과의 정보 교류와 인적 충원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대외 담당 미카엘 하베리는 “회사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지역 폴리텍에 가서 학생 및 교수들과 프로그래밍 과정을 비롯해 게임 소재, 제작 방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견을 교환한다.”고 소개했다. 지역 폴리텍에서는 매 학기 학생들을 인턴으로 보내고 이들 가운데 채용이 이뤄진다. 사장은 고졸이지만 하베리는 네덜란드에서 경영대학원을 마친 인재다. 대기업들의 스카웃 제의도 마다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도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청년 인구 비율이 높고, 다양성과 유연함을 존중하는 문화, 긴 겨울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생활 조건도 핀란드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조건이 됐고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지형 코트라 헬싱키 무역관장은 “핀란드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게임산업의 빠른 성장 뒤에는 실용적이고 단단한 중등교육의 성과와 도전을 북돋는 다양한 청년창업 및 벤처 지원 등 치밀한 지원시스템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헬싱키(핀란드)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2011-1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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