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부회장 구속에 당혹…회장에도 불똥(?)

SK, 부회장 구속에 당혹…회장에도 불똥(?)

입력 2011-12-29 00:00
수정 2011-12-29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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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차질 등 경영공백 우려

SK그룹은 29일 새벽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검찰에 구속되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그 ‘불똥’이 최태원 회장에게도 튀지 않을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최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기를 기대했는데 구속돼 정말 안타깝다”며 “’글로벌 경영’을 기조로 하고 있는 우리 그룹으로서는 엄청난 ‘경영공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 부회장도 마찬가지이지만 최 회장은 그룹 계열사의 투자자금을 유용해 개인적으로 쓰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며 “최 부회장이 선물투자로 본 손실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고 이 손실을 계열사가 메우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 본사 직원들 “혹시 최 회장도?” =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직원들은 최 부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두한 28일 ‘최 회장도 사법처리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부 직원들은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 당시 검찰 수사의 악몽을 떠올린 듯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일부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최 회장마저 사법처리되지 않을까’, 최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여러 반응을 나타냈고 몇몇 직원들은 최 회장이 2003년 구속됐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재계서열 3위인 대기업의 부회장이 증거 인멸과 도주를 할 우려가 없는데도 최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많았다.

그룹 일각에서는 SK가 최근 법조 출신 고위 인사들을 영입해 법무팀을 대폭 강화했는데도 최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허탈해하기도 했다.

◇ 신사업에도 ‘악영향’ = 신성장 동력을 갈구하는 SK그룹은 ‘형제 경영’의 한 축인 최 부회장의 구속사태로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신사업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인수가 확정된 하이닉스 반도체에 투자를 하는데도 어떤 형태로든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정유와 통신 등 근간이었던 두 분야의 성장세가 더뎌지자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이라며 “여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부선장’격인 최 부회장을 잃게 돼 차질이 빚어질까 정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다른 그룹과 달리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

이와 함께 그룹 단위의 중요 행사인 ‘시무식’마저 개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연말이면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차기연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최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검찰 수사에 연루돼 있어 그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그룹 전체가 사실상 ‘마비’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 ‘경영공백’ 불가피…경영체제도 바뀔 듯 = SK그룹의 경영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그룹 경영체제도 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초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던 최 부회장의 구속으로 현재의 경영 구도는 완전히 깨지게 됐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수면 밑에 있었던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 형제와의 분가설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점쳐지고 있다.

현재로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태원 회장마저 사법처리되는 경우이다.

내년은 SK그룹으로서는 ‘성장의 변곡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최 회장이 구속은 아니더라도 불구속 기소라도 된다면 그룹 경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매출 1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면서 터닝포인트를 찍었으며 특히 내년 초 인수가 마무리될 하이닉스반도체를 통해 재계 3위에 안착하는 동시에 석유화학ㆍ통신에 이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 했었지만 이런 ‘오너 리스크’ 때문에 성장 전략의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최 회장마저 이번에 다시 사법처리될 경우 경영 공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여하튼 당시 투명경영을 약속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던 SK그룹의 ‘오너 경영’은 다시 시험대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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