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수수료율 강제 인하는 시장경제 훼손”
대표적 대중 영합주의(포퓰리즘) 입법으로 꼽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과 ‘저축은행 특별법안’이 모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정부의 법적 검토 결과가 나왔다. 위헌 소송 제기 당사자인 금융회사나 금융관련 협회는 이미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터여서 법적 소송제기 가능성이 높다. 포퓰리즘 법안이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는 15일 법사위와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청와대도 저축은행 특별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위원회는 12일 여전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여전법 18조 3항의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은 영세 자영업자들인 카드 가맹점에는 정부가 정하는 수수료율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위는 정부가 민간기업의 가격을 규제할 경우 헌법 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여기서 비롯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정부가 결정하고, 그 가격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법률규정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위헌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법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해서도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이날 “법무실 검토 결과 금융위와 같은 결론이 나왔으며 사유재산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소급입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금보험기금을 납부하는 금융회사나 금융관련 협회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은 2008년 9월 12일부터 법 시행일까지 이미 파산한 저축은행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급입법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영업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자 및 후순위채권 피해자에게 피해액의 55%까지 보상해 주는 특별법은 사유재산침해와 소급입법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검토됐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종합금융협회 등 5개 협회는 이미 저축은행 특별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업들은 금융기관의 파산시 5000만원 이내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을 납입하는데, 지난해 3월부터 이중 45%를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기금’으로 따로 납부하고 있다.
특별법은 이 기금의 납부자인 금융회사의 동의 없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아니라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피해자를 보상토록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저축은행특별법 등과 관련, “필요할 경우 청와대도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 특별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거부할 사항이)생긴다면 그건 청와대 몫이며, (다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이고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국민이 잘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2-02-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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