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집값은 더 떨어질 것 같은데 가계부채의 질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더 악화됐다.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은 장단기 금리 역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자영업 절반이 소득의 40% ‘빚갚기’
저소득층일수록 금리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돈을 빌리기 쉬운 비은행 금융기관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저소득층인 1, 2분위는 대출금의 절반 이상(57.6%)을 은행이 아닌 카드·보험사 등에서 빌렸다. 중상위 계층인 3~5분위는 3분의1(32.3%)가량만 은행이 아닌 곳에서 빌렸다.
전체 가계 부채에서 비은행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월 말 45.8%에서 올 6월 말 47.3%까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비은행권 차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약한 고리는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가운데 DSR이 40%를 넘는 과다부채자 비중은 48.8%다. 자영업자의 절반이 소득의 40%를 빚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 이들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 부실이 증폭될 수 있다.
가계빚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주택시장은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조정 폭이 크지 않고 실질 주택가격도 균형가격(경제규모 등에 비춰 도출된 가격)을 장기간 웃돌고 있어 추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2006~2011년 주택가격 변동폭은 미국 -33.9%, 영국 -18.8%, 호주 -5.5%, 한국 -1.7%다. 인구구조 변화도 집값 하락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2000년대 이후 주택 수요를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시점에 접어들었고, 주택 구입의 주된 연령층인 35~54세 인구는 2011년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전셋값은 중소형 주택의 공급이 늘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저소득 1·2분위 카드·보험사서 돈 빌려
이런 경기둔화 전망은 국고채(3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역전이 장기간 지속되면 금융기관의 자금 중개 기능이 위축돼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2012-10-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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