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거부자들 타깃 회유·읍소… 부진자 교육·무연고 인사 협박도
교보생명은 지난 10일 희망퇴직 접수를 마감했다. 전체 직원(4700여명)의 11%에 달하는 감원 목표치(500명)를 채우지 못했다. 사측은 ‘찍퇴’(찍어서 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득에 나섰다.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주겠다”며 사측은 이들의 퇴근까지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장들은 찍퇴 대상자들과 많게는 10여 차례 개인 면담을 하며 퇴사를 강요했다. 일부 관리자는 집까지 찾아가 “네가 관둬야 후배들이 살고 내가 산다”고 설득했다. 이를 거부한 직원에게는 “상황이 다 끝났으니 어디 한번 잘 견뎌 보라”며 악담을 퍼부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초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찍퇴 직원 10여명을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보내는 인사 발령을 냈다. 또 부진자 교육을 실시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부진자 교육은 업무 성과 하위 15% 직원과 장기 승진 누락자가 대상이다. 교육 기간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한번 들어가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
농협에 인수된 우리투자증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측은 지난달 21일 희망퇴직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두고 아웃도어세일즈(ODS) 조직을 긴급 신설했다. 찍퇴 직원이 희망퇴직을 하지 않을 때에 대비한 ‘강제수용소’와 같은 곳이다. 이곳은 ‘책상이나 전화기도 없이 밖에서 줄곧 돌며 영업해야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사측은 1964년(만 50세) 이전 출생자를 중심으로 60여명을 추려 ODS로 발령을 냈다. 김석민(50·가명)씨는 “ODS에서 교육 과제를 많이 주는 데다 지방에서 온 사람도 많아 생활이 엉망”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씨티은행은 3일 이내에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2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주는 퇴직 마케팅에 나서 논란이 됐다. 노조는 직원들에게 사측 면담을 거부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사측은 면담을 안 하면 인사 조치와 징계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조성길 노조 정책홍보국장은 “회사가 퇴직 절차를 무슨 상품을 파는 마케팅처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4-06-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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