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 맞은 정유업계, 수출 패턴도 달라져

‘변화의 바람’ 맞은 정유업계, 수출 패턴도 달라져

입력 2014-08-20 00:00
업데이트 2014-08-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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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벙커C유·나프타 판매량 ↓, 윤활유는 급등

석유화학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 패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1∼6월 벙커C유 651만2천 배럴(6억6천178만2천 달러), 나프타 1천380만3천 배럴(14억1천137만3천 달러)을 수출했다.

작년 동기간보다 벙커C유는 31.8%, 나프타는 34.7%가 각각 감소했다.

반면 윤활유 수출량은 988만2천 배럴(13억8천715만5천 달러)로 56.6% 급등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일시적인 실적 악화 또는 개선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정유부문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석유화학부문으로 눈을 돌려 최근 수년간 고도화시설 관련 투자를 확대한 결과, 벙커C유의 국내 소비량이 늘면서 수출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하락세로 본업인 정유부문에서 손해를 보는 처지다.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이 정유부문에서 영업손실 2천149억원을 기록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각각 1천734억원과 1천534억원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 고도화시설을 갖추면 원유보다 저렴한 벙커C유를 원료 삼아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들어 원유로 휘발유·경유를 생산할 때보다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에쓰오일은 2017년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준공, 두바이유보다 t당 174달러 저렴한 고유황중유(벙커C유의 일종)를 분해해 두바이유보다 t당 601달러 비싼 프로필렌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프타는 국내소비량이 증가한 벙커C유와 달리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케이스다.

국산 석유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자체 석유정제설비를 꾸준히 증설하면서 나프타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수출길이 점차 막히는 양상이다.

중국은 이미 2012년 하루 1천154만7천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춰 자국내 소비량 1천22만1천 배럴을 뛰어넘었고, 2017년까지 130만 배럴을 추가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발 셰일가스도 나프타의 입지를 위협하고 나섰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보다 셰일가스·천연가스 등에서 발생하는 에탄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의 기본 원료인 에틸렌 1t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프타를 사용하면 880∼1천320달러의 비용이 드는 반면 중동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쓰면 430∼540달러, 북미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은 200∼300달러로 비용이 절감된다.

한편 윤활유는 최근 시황이 회복돼 수출 실적의 ‘효자’ 노릇을 했다.

국내 생산한 윤활유의 약 80%를 수출하는 정유업계는 2분기 윤활유 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 794억원, 에쓰오일 725억원, GS칼텍스 6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 가격은 정유·화학이 잘 나갈 때 침체를 겪다가 지난해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추세”라면서 “경기에 민감한 제품인 만큼 하반기도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석유제품 전체 수출 실적은 2억1천392만 배럴(251억634만 달러)로 작년보다 1.44% 감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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