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투명한 제재시스템 마련해야”

“공정하고 투명한 제재시스템 마련해야”

입력 2014-08-23 00:00
수정 2014-08-2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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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퇴·로비’ 오명 제재심의위

“거의 만장일치의 경징계 분위기였죠. 난상토론, 그런 것은 없었고 일방적으로 흘러갔습니다.”(참석자 A씨)

“제재심의위원들이 왜 반대를 하고 찬성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하는데, 그냥 듣고 있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경징계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봐야죠.”(금융감독원 직원 B씨)

지난 21일 KB금융 사태의 마지막 ‘징계 회의’는 10시간이나 걸렸지만 변수 없이 예정된 수순을 밟는 과정이었다. 밖에서는 ‘사느냐, 죽느냐’의 싸움으로 비쳐졌지만 제재심의위원들은 논쟁 없이 경징계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다. 중징계 방침을 거듭 강조한 금감원만 “설마…”하며 분위기 파악을 못한 셈이다. 과거 정권에 밉보인 자들을 제재심의를 통해 ‘찍퇴’(찍어서 퇴출)했다고 의혹을 사왔던 금감원이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22일 “금감원이 정권 말기 때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해 징계의 칼을 휘두르거나 꽤씸죄로 낙마시킨 것은 사실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역대 KB금융 회장들을 모두 징계했다. 3명은 징계 결과로 물러났고, 2명은 경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금융당국에 찍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반면 KB금융 수뇌부의 징계를 앞두고는 ‘로비설’이 제기됐다. 일부 제재심의위원들이 넘어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감사원도 제재 과정에 개입하려는 듯 특정인을 감싸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금융권의 한 인사는 “외부 제재심의위원 6명 가운데 3명은 변호사이고 2명은 교수, 1명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라면서 “모두 얼굴을 아는 사이에 읍소하고 로비를 하면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제재는 사전 통보 때보다 감경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제재심의위원회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주 KB금융에 대한 제재 공시를 올리면 제재심의위원들이 제대로 심의했는지, 안 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경징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외부 간섭에 취약하고 불투명한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투명하고 공정한 제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공개가 원칙인 제재심의위원을 징계 대상자들은 회의에 참석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또 회의 의사록을 공개하지 않고, 참관인 제도를 금하고 있어 로비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원을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만큼 이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금융위는 KB금융 수뇌부의 중징계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도 법원 판결에 준할 정도로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제재 의결서는 법원의 판결문 수준으로 자세하게 기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4-08-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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