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모성애’…암 진단에도 10명중 8명이 출산

‘강인한 모성애’…암 진단에도 10명중 8명이 출산

입력 2016-03-07 08:55
업데이트 2016-03-07 08: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삼성서울병원, ‘여성의 날’ 맞아 임산부 5만여명 분석

“임신 중에도 암 치료가능…희망 가져야”

유방암으로 치료 중인 김현주(가명.35) 씨. 지난해 유방암으로 진단받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가슴에 멍울이 만져져 병원을 찾았을 땐 지금 김씨 품에 안겨 있는 아기가 한창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가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노심초사했지만, 그녀는 끝내 출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임신 중 수술과 항암치료까지 받고 올해 초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는 앞으로 추가 치료 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많은데도, 아이와 함께라면 반드시 암을 이겨낼 거라 굳게 믿고 있다.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김 씨의 경우처럼 임신 중 암을 진단받은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7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팀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임산부 5만412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98명이 임신 중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암으로 진단을 내리기 모호한 경계성 암을 제외한 87명 중 79.3%인 69명이 임신을 유지했다. 이들이 암을 진단받은 평균 나이는 32.5세, 암 진단 시 평균 임신주수는 24주였다.

임신주수, 암의 종류, 병기 등 환자와 태아를 지킬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먼저 고려해야 하겠지만 강력한 모성애가 밑바탕에 있어야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임신 중에 발견된 암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선으로 살펴야 한다는 점을 빼고는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암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신 중에도 수술은 물론 항암치료, 제한적으로 방사선치료도 가능하다.

다만, 임신 중 암 치료 방법 및 시기에 대한 결정은 암이 발생한 장기, 암의 병기, 임신 주수, 임산부와 태아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임신주수가 말기에 가깝다면 출산까지 치료를 잠시 미룰 수 있고, 여건에 따라 조기 출산을 유도한 뒤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24명(34.7%)이 임신 기간 중 치료를 받았으며, 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 도중 사망한 1명을 빼고 69명 중 68명이 출산을 마쳤다.

이렇게 모성애로 지켜낸 태아는 평균 임신주수 37주만에 평균 몸무게 2.53㎏으로 태어나 부모 품에 안겼다.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신생아는 특별한 문제 없이 퇴원한 것으로 의료진은 분석했다. 신생아 사망률도 4.5%(68명 중 3명)로 크게 높지 않았다.

암 치료 결과는 환자에 따라 달랐다. 추적관찰이 가능한 84명 중에는 52명이 암이 완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26명(31%)은 출산 후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5명(5.9%)은 병이 진행 중이었으며, 1명(1.2%)은 재발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이런 차이가 병을 언제 발견하는지, 어떤 암을 진단받는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화기암은 임산부에 건강에 치명적이었다.

최석주 교수는 “전체 소화기암 임산부 17명 중 절반인 8명이 말기 상태에서 암이 진단된 탓에 사망률이 50%에 달했다”면서 “소화기암의 주 증상인 소화불량, 구토 등이 입덧 등 임신으로 인한 증상으로 오인하기 쉬운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암 자체의 예후가 나쁜 경우도 사망률이 높았다. 폐암환자는 3명으로 전체 숫자는 적지만 사망률은 66.7%(2명)로 전체 암종 중 가장 높았다. 폐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강인함 때문인지 암에 걸리고 나서도 출산을 포기하지 않는 임신부가 많다”면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전문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산모와 태아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만큼 임신 중이라면 더욱 본인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담은 논문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Obstetrics & Gynecology Science)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