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사외이사’ 왜 시끄러운가..자격 논란에도 주총서 ‘일사천리’ 통과

신한금융 ‘사외이사’ 왜 시끄러운가..자격 논란에도 주총서 ‘일사천리’ 통과

안미현 기자
입력 2016-03-24 17:14
업데이트 2016-03-2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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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신한금융그룹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한동우 회장과 만난 취재진은 새로 선임된 이사진의 자격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논란이 된 신임 사외이사는 이정일·이흔야 이사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남궁훈 이사도 뒷말이 무성하다. 한 회장은 “충분히 검증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외이사의 선임이 논란이 되는 연원은 지난 2010년 벌어진 ‘신한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한사태는 그해 9월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에 대해 은행장 시절 회사의 돈을 횡령하고 부실대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은행 측의 고소였지만 그 이면에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신 전 사장, 당시 은행장이던 이백순 씨 사이의 암투가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신 사장 측이 격렬히 반발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을 고발하고,재일교포 주주들이 이 전 행장의 해임청구소송을 제기하고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에 대한 검사에 나서는 등 신한금융그룹은 만신창이가 됐다.

신한그룹 경영진의 내분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고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퇴진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수시로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고객 정보를 불법 조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신한사태의 여진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집력이 강한 특유의 사내 문화로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던 신한은행에서 초유의 내분이 벌어져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끈 탓에 신한금융 내부적으로도 구성원들의 가슴에 상처로 남았다.

이번에 사외이사로 선출된 재일동포 이흔야·이정일 이사는 신한사태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이던 라응찬 전 회장과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흔야 이사는 2010년 라 전 회장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발견된 차명계좌의 명의인 중 한 명이었다.

이정일 이사는 2009년 라 전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중이던 당시 라 전 회장에게 변호사 비용을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일 이사는 라 전 회장이 재직 중이던 2009년에도 사외이사로 활동했고,신한사태 이후인 2011년에도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이에 대해 “두 사람은 검찰 조사에서 모두 무혐의로 판단받았기 때문에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결국 새로 구성된 사외이사진이 내년 임기를 마치는 한동우 회장의 후임자 선출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너’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과 달리 금융기관의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에 참여하면서 CEO 인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과거 라 전 회장의 ‘라인’으로 분류됐던 한 회장의 뒤를 이어 같은 성향의 후계자가 집권하는 흐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외이사 임기를 마친 남궁훈 이사가 바로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남궁 이사는 한 회장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신한금융 내부 구성을 보면 라 전 회장 측의 힘이 40% 정도는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그런 체제가 더 강해진다면,내부 비판과 견제가 사라지고 금융권에서 요구받는 ‘혁신’과는 멀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이에 대해 “남궁 이사는 이사회에서 가장 집행이사를 많이 견제하시던 분”이라고 반박했다.

신한금융의 이사진 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근의 논란이 신한사태로 물러난 신상훈 전 사장 측에서 제기하는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한다.

주장의 시비를 떠나,내년 결정되는 차기 경영진 인선을 앞두고 여전히 신한사태의 여파가 계속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신한금융 주주총회에서는 신임 이사진 선임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한 회장이 안건을 올리자 한 주주가 일어나 새로 선임된 이사들의 능력을 신임한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고,전체 주주들이 박수와 함께 제청하면서 선임 절차가 끝났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제기되는 의혹의 내용을 떠나서,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금융사의 경영을 감시할 만큼의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설립된 신한의 재일교포 주주들이 과거에는 관치금융의 영향력을 차단해 최고의 영업력을 지닌 신한은행을 만들도록 도왔다면,이제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참호’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일교포 주주들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25%)이나 개인 등 다른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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