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發 글로벌 물류대란] 업계 “급전!” 정부 “불가!”

[한진發 글로벌 물류대란] 업계 “급전!” 정부 “불가!”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6-09-04 23:10
업데이트 2016-09-0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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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곳곳 발 묶인 화물선박 어떻게 푸나… 업계·정부 엇박자

업계 “피해 더 커지기 전에 공익채권으로 자금 지원을”
한진해운 ‘先 조치’ 있기 전 정부 “지원 없다” 입장 고수
英조디악 용선료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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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관계부처 차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진해운 관련 관계부처 차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류 혼란과 선박 압류 등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상 ‘돈’밖에 없다. 거래업체들에 대해 수천억원대의 미지불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밀린 돈을 주지 않고서는 실마리를 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 마련의 해법을 놓고 정부는 한진해운의 ‘선(先) 조치’가 있기 전에는 어떠한 지원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해운·물류업계는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먼저 ‘급한 불’을 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미지불금은 하역·운반비(2200억원), 장비 임차료(1100억원), 유류비(400억원) 등 3700억원에 이른다. 이날 기준으로 한진해운 선박 총 68척(컨테이너선 61척·벌크선 7척)이 10여개 국가에서 비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해당 국가 항만 당국이 입·출항을 금지하거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통행료를 내지 못해 운하 통과를 거부당하거나 현금이 없어 연료유 구매가 막힌 선박도 있다.

●한진해운 15조대 줄소송 우려

운항 차질이 이어지면서 한진해운이 제때 화물을 운송하지 못해 최대 140억 달러(약 15조 6000억원) 규모의 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선박회사 조디악은 한진해운을 상대로 용선료 미지급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역 거부 사태를 해결하려면 한진해운이 해당 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그러나 회사에 자금이 고갈된 상황에서 특별한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채권단과 정부가 나중에 한진해운이 회생하면 100%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공익채권 조건으로 긴급 자금을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세계의 각 항구에 도착하면 곧바로 억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화주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린 컨테이너를 목적지까지 가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내 한진 선박 운항 마비

협회 측은 일주일 내 한진해운의 모든 선박 운항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했다. 협회 추정으로 하역 등에 필요한 금액은 1척당 150만~200만 달러로 모두 1억 5000만~2억 달러(약 2200억원) 정도다. 현재 필요한 대금은 하역비, 기름값, 법원에 압류돼 있는 배를 뺄 수 있는 공탁금 등이다.

업계는 회생 절차 개시 즉시 전 세계 법원에 압류 금지 신청을 했어야 하는데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대체 선박 투입은 현재 억류 중인 비정상적인 상황을 푸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다른 노선에 운항 중인 배를 빼서 돌리는 문제는 비용도 많이 발생하고 과정도 복잡하다”면서 “업계를 잘 모르는 정부가 기존 배를 살려 끝까지 운항하는 방안보다 배가 묶이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서 대책을 세우다 보니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6-09-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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