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국회 판단에 맡기겠다” 부정적 → 전향적 입장 변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동안 묶였던 정책들이 방향을 잡아 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때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숨죽이며 은산분리 완화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내심 기대에 찬 표정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적극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당이 집권당이 됐으니 은산분리 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요.
하지만 막상 새 정부의 기류는 전향적입니다. 우선은 은산분리 완화 여부를 국회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다른 법률적 장치로 이를 풀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네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민주당 내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쪽으로 사실상 기울었다는 전언입니다.
현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4%(의결권 없는 지분은 10%)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50%까지 허용하자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34%까지 허용하자는 특례법 제정안이 6개월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지난달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출범식 때 정무위 소속 4당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국내 은행산업의 메기가 돼 달라’고 주문했지요. “그러자면 수조부터 넓혀 줘야 하지 않느냐”고 업계는 말합니다. 새 정부의 기류 변화에도 인터넷은행들은 혹시라도 역풍이 일까 봐 ‘표정관리’하는 분위기입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7-05-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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