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양립 양극화] 대기업 “출산휴가 갈 수 있어”…中企 “퇴사 각오”

[일가정양립 양극화] 대기업 “출산휴가 갈 수 있어”…中企 “퇴사 각오”

입력 2017-06-04 10:06
업데이트 2017-06-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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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있으면 아이를 낳을 텐데 중소기업에 다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엄두가 안 나네요. 그러면 퇴사하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창원공단 근무 35세 중소기업 여직원)

“지난 3월 말에 딸을 낳았는데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냈어요. 육아휴직을 내는 데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갈 수는 있어요” (서울 근무 30세 대기업 여직원)

새 정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일 여성차별 방지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통상임금의 40%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첫 3개월 동안은 통상임금의 80%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육아휴직을 내기조차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경남 창원의 납품업체 관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5·여) 씨는 출산을 4개월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직원 60명 정도의 중소기업이라서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이 씨는 4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회사 상황도 안 좋은데 육아휴직을 쓸 것이냐’면서 회사에서 벌써 압력을 주고 있다”면서 “다른 중소기업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출산이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려 하니 퇴사 권유까지 했다고 해 더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는 “대기업에서는 출산이나 육아휴직에 눈치를 주지 않고 복지 차원에서 잘해준다는데 중소기업은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4월 기업 인사담당자 1천6명을 대상으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관련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이런 현실은 그대로 드러났다.

‘회사가 직원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부담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대체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85.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기업(62.1%)은 이 비율이 중소기업보다 20% 포인트 이상 낮게 나왔다.

실제 여성직원이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사용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기업도 절반에 가까운 45.6%나 됐다.

불이익을 주는 방식(복수응답)은 ‘퇴사 권유’(44.7%), ‘연봉동결 또는 삭감’(28.5%), ‘낮은 인사고과’(25.1%), ‘승진누락’(22.9%), ‘핵심업무 제외’(15.9%), ‘직책 박탈’(3.7%) 등이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로제 도입 현황에서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훨씬 못 미쳤다.

지난해 직원 10∼29인 중소기업의 육아휴직과 시차출퇴근제, 재택·원격근무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각각 53%, 15%를 기록했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육아휴직·유연근무제 도입률이 각각 93%, 53%인 것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 전문가는 대기업보다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지원을 현실화하고 중소기업에 대해 세제 등 각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해 현행 매월 통상임금의 40%, 100만원 한도인 지급액 상한선을 최저임금 수준인 월 135만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이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대체 인력 채용 시 정부 지원금을 현행 월 60만원 수준에서 최저임금 수준인 월 135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재고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세액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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