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후 해외 백업센터 절실… 한국 기술력 신뢰”

“대지진이후 해외 백업센터 절실… 한국 기술력 신뢰”

입력 2011-05-31 00:00
업데이트 2011-05-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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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인터뷰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54) 소프트뱅크 회장. 한국계 3세인 그는 동일본 대지진 후 사재 100억엔(약 1300억원)을 내놓은 ‘통큰 기부’로 일본 국민의 신망을 받는 기업인이다. 보수적인 일본 재계에서는 비즈니스 혁신의 리더이자, 팔로어가 110만명에 이르는 트위터 소통의 대명사다. 그는 최근 사재를 털어 기부하고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적극 나서는 이유를 밝히면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성선설이 아닌 성악설을 믿게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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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왼쪽)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30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9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양사의 협력 방안을 발표한 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손정의(왼쪽)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30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9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양사의 협력 방안을 발표한 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손 회장은 30일 도쿄 베르사르 시오도메의 한·일 데이터센터 세일즈 콘퍼런스에서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미국에서 교육받았지만 부모님은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한국 혈통이고 23대 조상은 중국에서 살았다.”며 “내 정체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 권리에 공헌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소프트뱅크는 일본 데이터 부문의 1위 사업자다. 대지진이 없었더라도 KT와 합작을 했을까.

-많은 일본 기업들이 데이터 안전을 위해 백업 센터를 해외에 구축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이 아이디어를 KT에 제안한 것이다. 일본 전역에서 동시에 대지진 등 큰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일본 국내의 데이터센터만으로는 불안정하다. 원격지 백업이 필요하다. 지진 발생 전에는 해외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을 생각하지 못했다. 대지진으로 전력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재난이 또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게 됐다. 한국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한국이 일본 기업의 개인정보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강점이 있나.

-소프트뱅크 자회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2009년 4월 당시 자회사인 소프트뱅크DB에서 80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소프트뱅크는 40억엔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을 겪으며 보안만큼은 성선설로 접근해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 이후 사람이 어떤 일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성악설을 믿게 됐다. 보안 사고는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과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로 세계에서 손꼽힌다. 일본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국가다. 한국의 데이터센터에 일본 기업 고객의 데이터를 유치하는 건 한국의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대지진 이후 상상하기 싫은 가능성도 고민하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전역에서 전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일본 국민이 늘고 있다. 계획 정전이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본 국내 데이터센터가 정지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한국으로의 백업 데이터센터 이관이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본다.

→소프트뱅크와 KT의 협력 방안과 데이터센터 운용 규모는.

-한국에서 데이터센터(서울 목동과 김해)는 두 군데 가동된다. 소프트뱅크 기술 인력도 KT와 함께 손잡고 구축할 것이다. 소프트뱅크뿐 아니라 자회사인 일본 야후도 KT의 데이터센터와 협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게 될 기업 고객은 확대될 것이다.

→대지진 후 100억엔을 기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프트뱅크 그룹은 인터넷뿐 아니라 통신·정보 인프라 사업을 하고 있다. 단순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생명줄을 제공하는 공익적인 기업이다. 대지진 이후 정전이 되고 통신 네트워크도 일순간 멈추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 원자력이 아닌 태양광발전소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대지진을 극복하려는 계기에서다. 한국의 데이터센터는 일본 기업들에 고객 정보를 지켜 줄 최후의 생명줄이 될 것이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일본 국적을 가졌다. 그러나 내 부모님은 모두 한국 혈통이다. 23대 조상은 중국에서 살았다. 나에게는 한국, 중국의 피가 흐른다. 내가 어디에 소속되고 내가 누군인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모든 인간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헌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

→한국과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 목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조금씩 꾸준히 늘려 가려고 한다.

도쿄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2011-05-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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