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쓰는 AI 모델 ‘시아’가 오는 8일 출간하는 첫 시집. 카카오브레인 제공
시를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주십시오 . 그냥 쓰는 것입니다 .자신이 시를 쓰는 이유를 ‘세상에서 가장 짧은 말을 하는 것’이라고 간결하게 풀어낸 이 시구는 사실 사람이 쓴 것이 아니다. 1만편이 넘는 시를 섭렵하고 작법을 익힌 초거대 인공지능(AI)이 직접 ‘창작’해 낸 시다. 과거에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까지 AI가 보폭을 넓혀 오고 있다.
쓸 수밖에 없기에 씁니다 .
무엇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
말을 줄이는 것입니다 .
줄일 수 있는 말이 아직도 많이 있을 때 그때 씁니다 .‘시를 쓰는 이유’
카카오의 AI 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함께 시 쓰는 AI 모델 ‘시아’를 개발하고 시아가 쓴 첫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오는 8일 출간한다고 1일 밝혔다. 시아는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시를 쓰는 AI 모델로, 1만 3000여편의 시를 학습하며 데이터를 쌓았다. 주제어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시아가 입력된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시를 짓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아는 53편의 시로 엮인 시집을 완성해 냈다. 디지털 연산을 위한 기계어 ‘0’과 ‘1’을 활용해 1부 주제는 공(0), 2부 주제는 일(1)로 선정됐다. 무의미·비존재의 의미를 가진 공(0)은 그간 작업 노트에서 나온 임의의 표현들을 시상으로 제시해 생성된 시를, 의미·존재의 의미를 가진 일(1)은 수학과 과학에 관한 주제를 시상으로 한 시가 수록됐다.

카카오브레인·삼성전자 제공

기자가 카카오브레인의 AI 화가 ‘칼로’에게 “우주에서 날고 있는 고래를 그려 줘”, “정원을 산책하는 여인을 그려 줘”라고 주문하자 각각 수 초 만에 내놓은 그림. 카카오브레인과 컬래버한 삼성전자 갤럭시북 아트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칼로에게 그림을 주문해 볼 수 있다.
카카오브레인·삼성전자 제공
카카오브레인·삼성전자 제공


네이버웹툰 AI 페인터.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흐름은 AI가 단순히 인간의 명령에 따라 정해진 결과값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해 결과를 내놓다는 점에서 과거와 큰 차이점을 보인다. 다만 기술적 발전에서 뒤따라올 수 있는 윤리 문제도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예컨대 ‘폭탄을 든 테러리스트’를 입력하면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AI 아티스트가 특정 인종을 그려 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변순용(한국인공지능윤리학회장) 서울교대 교수는 “AI에게 인터넷에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시키면 편향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등급제를 도입해 대상, 용도에 따라 학습 데이터를 달리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