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마칸S 시승기
“재미있게 타세요. 기대하시고 타셔도 좋습니다.”미니카처럼 생긴 포르쉐 마칸S의 스마트키를 건네며 직원이 던진 인사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거 5년 넘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소유했고 다른 브랜드의 SUV를 몰아 본 경험이 있었던 터라 적어도 재미 면에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비포장길을 달리지 않는다면 둔한 SUV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시동을 걸자 포르쉐 특유의 ‘으르릉’ 하는 엔진 소리가 터져 나온다. 괜한 허세라 생각했다.

포르쉐코리아 제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성능 면에서는 911을 쏙 빼닮은 포르쉐의 신형차 마칸의 모습.
포르쉐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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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분야지만 개인적으로는 4명 이상이 탈 수 있는 포르쉐 모델 중 가장 뛰어나다. 전체적인 모양도 ‘꼬마 카이엔’이란 표현보다는 ‘큰 911’에 가깝다. 약간 둔하고 높아 보이는 카이엔 모델과 달리 전면부터 측면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날렵하고 미끈하다. 최근 추세인 ‘낮으면서도 넓은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공격적인 듯하면서도 귀여운 포르쉐만의 디자인 특징을 잘 살렸다. 백미는 후면 디자인이다. 요철로 표현한 리어램프는 다른 브랜드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매끄러운 후면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트렁크 개폐 버튼을 와이퍼 중앙 모터 부분에 숨겼다. 파나메라와 동일한 방식으로 단순함 속에서 실루엣을 중시하는 포르쉐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SUV와 비교하면 실내와 트렁크 공간(500ℓ)은 좁은 편이다. 덩치 큰 사람이 앞좌석에 앉는다면 뒷좌석도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늘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8240만원이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기본적인 몇 개 옵션을 달다 보면 2000만~3000만원이 추가된다. 실제 기자가 시승한 마칸S의 경우에도 21인치 휠(570만원), 부메스터 오디오(690만원), 에어 서스펜션(380만원), 제논라이트(230만원) 등 34개 옵션을 포함한 실제 가격은 1억 3900만원에 달했다. 마음에 드는 것 몇 개만 먹었을 뿐인데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라게 하는 고급 초밥집에 온 느낌이다. 왜 포르쉐에 ‘악마의 옵션’이라는 별명이 붙는지 실감하게 만든다. 또 한 가지. 보험사가 마칸의 차종을 일반 SUV가 아닌 스포츠카로 분류한다면 연간 보험료는 300만원에 육박한다. 계산기를 정확히 두드려야 하는 이유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4-09-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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