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대란 장기화 불가피… 주문 후 수령에 10개월

차량용 반도체 대란 장기화 불가피… 주문 후 수령에 10개월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21-04-13 17:05
업데이트 2021-04-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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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아 98% 수입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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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 꺼내든 바이든 미 대통령
반도체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 꺼내든 바이든 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다. 2021.4.13
AP 연합뉴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에 불어닥친 ‘반도체 대란’은 수요 예측 실패로 벌어진 일이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자율주행 등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는데, 반도체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은 탓이다. 특히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저수익 사업이다 보니 코로나19 속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서 품귀 현상이 전 세계로 번졌다. 그 결과 현재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권에 들어오지 않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13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낸 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수급 차질로 자동차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 품목은 바로 차량의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이다. 차량 1대에는 약 40개의 MCU가 탑재된다. 최근 전 세계 MCU의 70%를 생산하는 대만 TSMC에 반도체 주문이 폭주하면서 MCU를 납품받는 데 걸리는 시간(생산 리드 타임)은 기존 12~16주에서 26~38주로 늘어났다. 반도체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최대 10개월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울산1공장을 일주일간 멈춰 세우면서 코나 6000대, 아이오닉5 6500대 차질이 발생했다.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에만 10만대 이상 차질이 생기게 됐다. 테슬라는 ‘모델 3’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도요타는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포드는 북미 공장 6곳에서 최대 3주간 생산을 감축했다.

문제는 자동차 제조력과 반도체 기술력에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98%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MCU는 국내에 공급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3% 수준이고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자체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연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TSMC는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전 세계 완성차 업체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해도 양산에 돌입하려면 최소 2~3년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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