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TSMC도 장비 공급 기다리는 ‘슈퍼을’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로 한국 협력 강화
“이재용, 개인적 이야기 나누는 친밀한 사이”
“화성 ‘뉴 캠퍼스’ 설립을 기점으로 ASML의 기술이 한국 고객사에 더 가까이 갈 것이고,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페테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가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화성 뉴캠퍼스 구축을 통한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ASML 제공
베닝크 CEO는 경기 화성에서 열리는 자사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 기공식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ASML이 한국에서 펼칠 사업 비전을 공개했다. ASML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나노미터(㎚·1억 분의 1m) 단위로 그려 넣는 노광 공정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1대당 가격이 2000억원에 달함에도 연간 생산 물량이 40대 규모에 불과해 주요 기업들은 저마다 ASML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를 찾아 베닝크 CEO를 만나왔다.
베닝크 CEO는 이 회장과 관련한 질문에 “그와는 주로 (반도체) 사업이나 사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 등 광범위한 대화를 나눈다”라면서 “수년 동안 인연을 쌓은 만큼 친밀해져서 개인적인 대화도 나누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베닝크 CEO와 이 회장은 16일 기공식 이후 따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를 찾아 페테르 베닝크 ASML CEO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환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이사는 “재제조센터를 만들면 부품 현지조달이 이뤄질 것이고 한국 협력사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과거 폐기되던 부품을 다시 제조한다는 면에서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많은 고객의 요구를 시의적절하게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한국 고객의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라면서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 협력이 중요하다. 또 재제조 사업도 대규모로 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사와 가깝게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닝크 CEO는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에도 회사의 성장을 확신했다. 그는 “2023년에도 (EUV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고성장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매출은 지금보다 3배 높은 300억 유로(약 40조 8500억원)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낙관의 배경으로 “한국에서도 협력 기반을 확대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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