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맏언니의 충고/유지혜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맏언니의 충고/유지혜 정치부 기자

입력 2010-08-21 00:00
수정 2010-08-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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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의원들끼리는 네트워킹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3·4선 중진들도 있지만 리더로서 역할을 하진 않아요. 여성 의원들만 뭉쳐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선후배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게 없으니까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하다 못해 초선 후배들한테 밥 사주면서 ‘지역구 어디 생각하니?’라고 물어봐주는 선배 한 명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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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정치부 기자
유지혜 정치부 기자
최근 한 비례대표 초선 여성 국회의원에게 들은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공감이 갔다가, 곧바로 가슴이 뜨끔했다. 공감이 갔던 이유는 나 역시 선배 여기자들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일이 있었기 때문이고, 가슴이 뜨끔했던 이유는 후배 여기자들이 나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언론계의 ‘여풍’이 시작될 때쯤 입사했다. 실제로 입사동기 10명 가운데 여성이 6명이나 된다. 아마 여성 비율이 남성을 앞지른 첫 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이 벌써 7년여 전 일이고, 이후에 후배 여기자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니 나도 이제 어느새 맏언니 격이 됐다.

입사 이후 경찰팀·법조팀·정당팀 등 언론사에서 ‘하드’하기로 손에 꼽을 부서에서만 근무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자부심도 있었다. 여기자로서는 흔치 않은 경력 자체가 후배 여기자들에게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맏언니로서의 자부심’이었던 것 같다. 내 선배 여기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여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눈에 띄었던 시기를 지나 능력 면에서 앞서는 여기자만 눈에 띄는 ‘당연한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여전히 주목받지만, 평가는 더 냉철해졌다. ‘맏언니 세대’로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후배 여기자들이 뒤이어 걸어올 길을 다져놓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 정도 부담감쯤이야 차라리 즐겁다.

그래서 가끔 후배 여기자들이 쭈뼛거리며 속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눈물나게 고맙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힘없는 선배라도, 너희를 위해서라면 슈퍼우먼으로 변신할 준비가 돼 있으니 걱정 말고 기대라고. 그리고 너희도 꼭 그런 맏언니가 되어야 한다고.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10-08-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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