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7일.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었다. 그해 수능은 언론에서 ‘널뛰기 수능’, ‘난이도 쇼크’라 평가할 정도로 전년도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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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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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치부 기자
수능 날 아침, 집안 식구들의 신경은 오롯이 내게 집중됐다. 아버지 승용차에 다섯 식구들이 모두 몸을 싣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당시 10살,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막내 남동생은 졸린 눈을 비비며 “큰누나, 시험 잘봐.”라고 응원했다. 용돈을 모아 전날 미리 사 놓은 찹쌀떡과 합격엿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차에서 내리려는 내게 선물했다. 교문을 들어서는데 가족들이 더 긴장한 것이 역력히 느껴졌다.
어머니는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이 치러진 뒤 방송에서 ‘올해 언어영역이 예년에 비해 어려웠다.’는 뉴스를 듣자마자 차를 몰고 시험장 앞으로 달려오셨다.
수험생인 딸보다 본인이 더 긴장하셨던 어머니는 제2외국어영역이 끝날 때까지 시험장 앞에서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6시간 내내 큰딸을 기다렸다. 어머니는 오후 7시쯤 시험을 보고 나오는 딸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자 저 멀리서 손을 흔드셨다. 이후 딸을 부둥켜 안고 연신 “우리 딸, 너무 고생했어”라고 말씀하시며 쓰다듬어 주셨다.
9년의 시간이 지났다. 10살 코흘리개 남동생은 어느덧 고3 수험생이 됐다. 어머니는 지난 9년 동안 큰딸, 작은딸 수능을 치렀다. 그래서일까. 올해 어머니는 베테랑 고3 학부모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초보처럼 긴장하지 않으셨고, 침착하게 동생의 수험 생활을 도왔다.
하지만 수능 당일이었던 지난 18일, 막내를 시험장에 보낸 뒤 조용히 근처 1567m 높이의 태백산에 올라 기도를 드리고 오셨다. 수능 당일만큼은 많이 긴장하셨던 것 같다. 수능 이후부턴 온·오프라인 입시 박사를 자처하고 계신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찾아 입시전형을 살피고, 입시 설명회가 있다고 하면 지역을 막론하고 찾아다니신다. 분명 과거보다 진화한 모습이다. 어머니뿐이랴. 전국의 고 3학부모 모두가 같은 마음과 행동일 것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이름 앞에 ‘부모’가 붙는 순간, 그들은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산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입시철이다.
kimje@seoul.co.kr
2010-11-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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