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전경련의 ‘원맨쇼’/박상숙 산업부 차장

[오늘의 눈] 전경련의 ‘원맨쇼’/박상숙 산업부 차장

입력 2012-09-19 00:00
수정 2012-09-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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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다간 뒤통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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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숙 산업부 차장
박상숙 산업부 차장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요즘 이런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있다고 했다. 그의 회사는 녹색에너지 관련 첨단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국내 대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나중에 기술만 뺏기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으니 법적 보호망을 단단히 쳐놓으라는 경고성 조언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 법안의 하나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한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일종의 심판역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18일 대기업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제도의 필요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 같은 날 대기업의 대변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에 대한 모의재판을 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용 및 부당 감액 등 가상의 사례를 토대로 징벌 배상제의 경제적 손익을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결론은 정치권을 향한 강한 반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분별한 소송 남발과 과도한 배상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모두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출연자 면면을 봤을 때부터 큰 기대는 없었다. 재판장석에 앉은 법무법인 바른 대표인 강훈 변호사부터(그는 ‘대기업 프렌들리’로 결론 난 MB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원고, 피고 측 대리인은 물론 배석판사들까지 모두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맡았다.

이런 촌극을 벌이자고 각계의 쟁쟁한 전문가를 동원했다니 재계의 맏형답다고 해야 할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룰, 게임’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경사진 축구장의 기울기를 조금이나마 완화해 보자는 노력에 이처럼 찬물을 끼얹는 행태는 정말 ‘쪼잔’하다. 재벌 때리기에 불만이 많더라도 지나친 ‘부자 몸조심’은 오히려 화를 불러온다. 전경련이 재벌만 대표하는 ‘재경련’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코미디는 이쯤에서 관둬야 한다.

alex@seoul.co.kr

2012-09-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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