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가짜 실업수당/박정현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짜 실업수당/박정현 논설위원

입력 2012-10-26 00:00
수정 201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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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주요 쟁점의 하나가 실업수당(실업급여)이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 40만건은 고용시장이 호전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40만명을 넘으면 고용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뜻이다. 실업수당 지표를 놓고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실패라고 몰아세우고, 오바마 대통령은 방어를 펴왔다.

그러던 차에 미국 노동부의 실업수당 발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노동부는 10월 첫째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3만 9000건으로, 전주의 36만 9000건보다 3만명이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8년 2월 이후 56개월 만의 최저’라는 기록은 롬니 캠프를 뒤집어 놓았다. 노동부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주가 분기별 실업현황 보고를 빠뜨리면서 발생한 오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롬니 후보를 지지하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 9월 실업률 7.8% 조작 의혹을 제기하던 터에 터져나온 실업수당 논란은 박빙의 대선 정국을 후끈 달구고 있다.

실업수당은 ‘복지천국’ 유럽에서도 큰 사회적 이슈다. 스페인에서는 “마누라와 이혼하기보다 노동자 해고가 더 힘들다.”는 기업주의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노동자 해고가 힘들 뿐 아니라 노동자들은 직장을 그만둘 때도 제 발로 걸어나가지 않는다. 고용주에게 자신을 해고해 달라고 요구한다. 실업수당을 타면서 그만둔 회사와 바로 이웃한 곳에 취직하는 것은 유럽에서는 20년 이상 된 유행이다.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의 청년실업이 40%선을 넘나드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직장이 없어도 돈이 나오니 누가 힘들여 일하려 들겠는가. 이렇게 지출되는 실업수당이 스페인에서만 한 해 22조원 규모다.

‘썩은 사과’의 전염성은 빠른 법.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실업자 행세를 하면서 수당을 받는 청년들이 급증했다. 실업수당을 부정하게 받아내려다 적발된 20대 가짜 실업자가 지난해 2665명, 이들로부터 회수한 실업수당이 246억원이다. 3년 동안 받아낸 실업수당이 10억원을 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전체 3조원의 예산 가운데 발각되지 않고 실업수당을 받아낸 얌체족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가짜 실업수당이 주는 당장의 달콤함에 젖어 있다가는 젊은 인생도, 나라 재정도 망친다는 교훈을 그리스·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생생히 전해준다. ‘무한복지’가 가져오는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18대 대선 후보들도 실업수당을 늘리는 복지보다 일자리 창출에 고민하기 바란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2012-10-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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