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열다] 1964년 손님 없어 한산한 서울의 어느 이발소

[DB를 열다] 1964년 손님 없어 한산한 서울의 어느 이발소

입력 2013-02-19 00:00
수정 2013-02-1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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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월 21일에 촬영한 서울 시내의 어느 이발소다. 이발료가 오른 뒤 손님이 없어 한가한 모습을 취재한 것이다. 이즈음 물가는 급등하고 있었다. 이발료는 50원에서 80원으로 60%나 올라 서민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요즘은 목욕탕 이발관이나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으니 옛날 이발소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변두리로 나가야 가끔 눈에 띌 뿐이다.

옛날 이발소 풍경은 사뭇 다르다. 사진에도 보이듯이 우선 벽 위쪽에는 ‘이발소 그림’이 걸려 있다. 주로 값싼 풍경화나 물고기 그림이 벽면을 장식한다. 태극기를 걸어놓은 이발관을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다. 손으로 움직이는 이발기에 머리카락이 끼여 고통스러워할 때도 잦다. 그래도 이발사들의 구수한 세상 이야기를 들으면 용서가 된다. 이발이 끝나고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놓으면 수염은 부드러워져 깎기 좋은 상태가 된다. 길이 20㎝가 넘는 이발소 면도칼은 가죽띠에 쓱쓱 문지르면 날이 선다.

비누거품을 바르고 면도를 마치면 수건들과 함께 빨랫줄에 수십 장씩 걸어놓은 신문지 쪼가리 중에서 하나를 떼어 칼에 묻은 거품을 닦아 내버린다. 이발소 한쪽에는 타일을 붙인 세면대가 있다. 머리를 박박 감겨주고 나서는 작은 물뿌리개로 시원하게 물을 부어준다. 그 옆에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연통이 밖으로 연결된 연탄 난로가 있어 물을 데우고 공기도 훈훈하게 해준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2013-0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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