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하한상념(夏閑想念), 두 장군의 죽음/박명재 CHA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 하한상념(夏閑想念), 두 장군의 죽음/박명재 CHA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입력 2010-08-10 00:00
수정 201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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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군인이면서 가장 정치적인 군인이 되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 사람의 군인이 최근 며칠 사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당시 직책은 수도 경비 사령관이었다. 수도 경비 사령관이 어떤 자리인가. 대통령의 가장 두터운 신임을 받는 최측근 심복으로서 말 그대로 우리나라 권력 핵심부인 대통령과 정부, 수도 서울을 경비하고 사수하는 군의 실세 자리이다. 그런데 그들이 세인들의 이목을 끌고 입에 회자된 것은 그 두 사람의 영욕과 부침이 군인적(?)이지 않고 너무 정치적(?)이거나 정치화된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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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
한 사람은 서슬 푸른 유신 독재시절, 군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의 후계 문제를 거론하여 소위 역린(逆鱗)을 거스른 죄로 추락하였으며, 또 한 사람은 당시로서는 성공한 쿠데타에 정면으로 맞서다 희생된 참 군인의 모습에서 나중에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뒷날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자신의 명예 회복과 함께 사회적 지위와 보상을 누리고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이은 두 사령관의 죽음과 관련하여 그들의 삶의 궤적을 보면서 무더위 속 몇 가지 하한상념(夏閑想念)을 해 본다.

먼저, 아무리 절대 권력자의 신임과 총애를 받더라도 권력의 금기 사항(후계자 문제)과 권력의 아킬레스 건(정통성 문제)을 건드려서는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음미하게 된다. 옛날 왕조사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되풀이되었던 이 두 가지 문제는 현대사에서도 결코 예외일 수 없음을 두 사람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둘째, 전쟁터에서 군인의 희생은 죽음이 그 종착역이다. 그런데 군인의 정치적 희생과 몰락은 새로운 권력, 새로운 정권의 탄생과 교체로 대개는 회복과 보상을 받게 된다는 현실이다. 왜 그럴까. 뒤선 자는 앞선 자를 부정해야 하고, 새 정권은 지난 정권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권력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셋째, 대통령 단임제로 잦은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 군인뿐만 아니라 절대 권력자와 측근들의 영욕과 부침을 파노라마처럼 동시대에서 지켜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고 많은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절대 권력자와 측근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시대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의 교훈이 아닌 현실의 역사 인식 바로 그 자체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소위 힘 있고 잘난 사람들의 한평생 세상살이가 한눈에 쏙 들어오고 손에 잡힐 듯이 보여 권력의 덧없음과 인생무상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울러 군인이 영웅이 되고 참다운 군인이 되는 것은 전쟁터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전쟁터가 아닌 한국의 정치판에서 희생과 복원을 되풀이한 것은 지난 시절 정치와 군의 밀착 내지 한계의 모호성과 함께 한국 정치의 후진성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한 사령관은 군인의 길에서 일탈하여 대통령의 후계자 문제를 거론, 정치화된 군인의 길을 걸었고 다른 한 사령관은 정치화된 군인 세력과 맞서다 정치적으로 희생되었다.

끝으로, 한가지 궁금한 것은 두 장군이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들이 걸어왔던 군인의 길과 인생역정에 스스로 어떤 평가를 했을까 하는 점이다. 한 사령관은 “군인들이여, 모름지기 군인의 길을 갈지어다.”라고, 또 한 사령관은 “정치적 야심을 가진 정치 군인은 이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행여 두 사람이 똑같이 “다시는 이 땅에 우리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며 한평생 올곧고 명예로운 참된 군인의 길을 후배 군인들에게 교시(敎示)했을까. “군인이 전쟁의 가장 깊은 상처를 입어야 하고, 전쟁의 흉터를 오래도록 지녀야 하는 것은 바로 군인이기 때문이다.”라고 한 맥아더 장군의 말을 떠올려 보며 부질없는 이 여름날의 상상을 접는다.
2010-08-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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